이해진 < 네이버컴 사장 haejin@naver.com >


설 명절의 마지막 저녁에 휴대폰이 울린다.

아버지로부터의 전화.저녁에 심심하고 하니 고스톱이나 한판하자고 하신다.

동생에게도 연락해서 10분후에 한판하기로 정한다.

10분후.

차를 타고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PC앞에 앉아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고스톱게임 사이트에 들어가니 동생이 벌써 방을 하나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내가 들어가고 잠시후 아버지도 들어오셔서 게임이 시작된다.

PC 화면을 보면서 마우스로 화투를 다룬다.

조용히 게임을 하려니 재미가 덜하다.

고스톱은 역시 "싸라 싸" "뒷 손 되게 안붙네"하면서 말을 해야 맛이 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전화가 있다.

3자간 통화가 자유롭게 될 뿐만 아니라 요금도 공짜니 게임내내 열어놓고
이야기해도 아무 부담이 없다.

말까지 하면서 게임을 하니 직접 만나서 하는 것과 그 재미가 별반 차이가
없다.

한 두시간 하고 나서 이제 그만하기로 한다.

동생이 판돈을 다 땄다.

빨리 돈내라는 동생의 성화에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접속, 동생의 체크카드에
잃은 만큼의 돈을 충전해 준다.

동생은 의기양양해져 가족들과 맛있게 먹으라며 인터넷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배달시켜 준다.

이런 시나리오는 당장 올 설날부터 몇몇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족들이 차를 몰고 굳이 모이지 않고도 재미난 고스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대만에서는 이미 인터넷 마작 게임이 큰 인기란다.

약속시간에 각자 집의 PC앞에 앉아서 가족친지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엔터테인먼트가 점점 발달하고 또 편하고 값싼 인터넷 통신
수단들이 속속 나타나게 되면 우리들의 풍속도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진짜로 모여서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상황에서도 같이 있는 것처럼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새롭게 갖추어지고 있다.

"인터넷"이란 사이버공간의 보급이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개인화시키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자주 대화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해 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가족들 눈치보며 외출하지 않아도 자기 책상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카드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으니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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