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중 무역수지가 26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것은 무척 염려
스러운 사태가 아닐수 없다.

물론 올들어 겨우 한달간의 교역실적을 놓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앞으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지레 짐작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방심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경기회복의 여파로 씀씀이가 헤퍼지는등 2년전의 외환위기
를 완전히 망각한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우선 불안한 생각이 앞선다.

지난 1월중 수입증가율 46.3%는 근래에 보기드문 증가율이다.

때마침 올들어 해외여행자수가 급격히 증가,관광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
같다는 문화관광부의 발표까지 나온 터여서 참으로 걱정되는 상황이다.

최근의 국내외 무역환경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국제원유
가격은 강세를 지속, 수입증가를 선도하고 있다.

주력수출상품의 하나인 반도체가격은 약세로 기울고, 미국경제는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어느 것 하나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추세가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경제운용계획에서 올해 목표로 잡은 무역
흑자 1백20억달러의 달성도 쉽지않을 것 같다.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무조건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은 당분간 흑자기조를 유지해야만 한다.

막대한 외채를 계속 갚아 나가야함은 물론이고, 지속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
의 확보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와 기업 또는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고, 부품산업 육성과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개선
등 수입의존적인 산업구조를 대폭 개편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당장 유념해야 할 것은 수출을 최대한 늘리고, 능력을 벗어나는
과소비는 없는지 반성해 보는 일이다.

사실 2년전 우리가 당해야만 했던 환란의 본질은 아직도 크게 변한게 없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의식과 씀씀이가 당장 옛날로 돌아가 버린다면 외환위기
이후 2년여동안 겪어온 뼈를 깎는 고통은 그야말로 허사가 되고 만다.

비록 4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지난 1월중 무역적자는 우리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들도 2년전의 고통감내 의지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