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의 아파트 분양과 공사이행을 보증해주는 (주)대한주택보증이
경영난을 겪다 못해 정부에 1조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면역이 됐다고는 하지만 1조원이라는
돈이 천문학적인 규모인데다, 부실화된 주택공제조합을 대대적으로 감자하고
국민주택기금도 5천억원이나 출자해 재출범한지 1년도 안됐는데 또 엄청난
돈을 지원해 달라니 도대체 건교부가 구조조정을 어떻게 했길래 이 모양이냐
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지난해말 현재 이 회사의 보증잔액은 아파트 분양보증 48조1천4백34억원을
포함해 모두 52조6천6백72억원이며 이 회사 보증으로 분양한 아파트만
전국적으로 41만가구나 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부도난 2백66개 공사장의 11만8천4백가구를 포함해
전국의 아파트공사가 중단되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러니 관계당국도 회사의 자구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 채권금융기관
주택건설업체들간의 손실분담을 통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단기 고금리의 부채상환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1조원을 장기저리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지만 이번 자금지원 요청은
명분이 약하다고 본다.

우선 빚 1조4천7백억원 가운데 1조8백50억원은 이미 지난해 6월 재출범
당시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의 조건으로 전환됐으며, 정부 또한 지난해 6월
국민주택기금에서 5천억원을 출자전환해준 데 이어 부도사업장 활성화
용도로 1천3백억~1천4백억원을 연리 5~7%의 싼 금리로 지원한 바 있다.

자금수급 측면에서도 차입금 이자 1천4백억원에 대위변제금 3천억원의
지출요인이 발생했지만 보증수수료 수입 1천8백50억원에 융자금 이자수입과
채권회수 등을 합하면 그럭저럭 꾸려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갑자기 자금지원 얘기가 튀어 나온 배경에는 자금사정 악화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지원을 받아 경영부실을 손쉽게 털어버리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따라서 (주)대한주택보증은 자금지원 요청에 앞서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엄격한 신용평가와 함께 분양대금 위탁관리제 시행 등 부실예방 노력부터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택건설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의 보증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보증수수료가 오른 것은 연대보증제도
철폐와 잔액보증 시행에 따른 영향일뿐 특별히 비싸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