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기술로 흥하고 망한다"

과학기술이 국가 흥망의 핵심요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 기술력에서 혁신을 이룬 나라가 당대에 선진국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기술강국=선진국"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기술혁신이 이뤄지려면 사회체제가 유연해야 하고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
돼야 한다.

또 지도계층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실천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사회시스템이 선진화해야 혁신 기술이 탄생하는 토양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국이 21세기에 기술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원대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중.장기 실천계획을 세워 강력한 의지로 실천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 국민들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기술 가운데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데만도 연간 30억달러 가량을
쏟아붓는다.

이처럼 기초가 허약해서는 영원히 기술선진국이 될 수 없다.

한국과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기술성장사를 비교해 보자.

프랑스도 한국처럼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원전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한국의 원전 기술 자립도는 40%(요소기술 기준)에 머물고 있으나
프랑스는 90%를 넘어섰다.

프랑스는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그만큼 뼈저리게 느끼고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도 빛났다.

드골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정책이 흔들릴까봐 관련 법률에
신임대통령이 정책유지에 동의하도록 규정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비엔 땅 구입비, 연구소 건축비, 기술도입료
등이 포함돼 있다.

순수한 R&D 투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은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연구소 설립이란 편법을 쓰기도
했다.

기술인력을 키우는 데에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

기술인력의 요람인 국내 이공계 대학은 실험기자재가 태부족이다.

"디지털시대에 석기시대 교육을 한다"는 극단적인 비판을 들을 정도다.

또 진정한 산.학.연 협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교수가 산업현장으로, 기업의 연구인력이 대학으로 가는 것이 활성화돼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꽃핀 벤처 혁명은 이런 인력교류의 산물이기도 하다.

기술도 상품처럼 사고 파는 일이 원활해져야 한다.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이래야 기술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맛이 난다.

기업의 최고경영인이 기술을 최우선시하는 경영마인드가 긴요하다.

또 엔지니어가 최고경영인(CEO)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야 한다.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농공상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고승철 산업2부장 cheer@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