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자금흐름 ]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미국경제가 부각된 한 주였다.

24일 아이오와주 당원대회, 27일 클린턴 대통령의 연두교서로 향후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행사가 잇달았고 투자가들 사이에는
달러화 표시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대됐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1백5~1백7엔, 유로화 가치는 0.97~1.0달러대로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금리도 인플레 우려속에서도 국채매입이 증대되면서 한주간 26bp
하락했다.

아무래도 이번주 국제금융시장의 최대관심사는 국제금리의 인상과
지난주말에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1유로=1달러"밑으로 떨어진 유로화의
가치회복 여부다.

결국 이 두가지 문제는 2월 1~2일에 열리는 연준리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가 얼마나 인상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측면이 고려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인플레 가능성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현재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그동안 미국내의 인플레 요인을 흡수해 줬던 해외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국제유가도 불안하다.

선제적인 차원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 주가의 거품여부도 고려된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신경제와 주가결정에 심리적 측면을 중시하는 재귀론자들은 거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반면 주가결정에 경제실적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입장이 다르다.

그린스펀 의장도 다우지수가 약 30% 정도 거품돼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그린스펀의 시각대로 라면 이번 회의에서는 두가지 방안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종전대로 금리를 25bp 인상하되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차제에 금리인상폭을 50bp로 가져가되 통화정책 기조는
"중립"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두가지 방안중에 어느 하나를 택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영향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최악의 경우 금리를 50bp 인상하고 통화정책 기조마저
"긴축"으로 선회하는 방안이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나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쨋든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제간 자금흐름과 국제통화질서
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미국의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국제자금의
미국내 재유입 현상과 이 과정에서 유로화, 엔화의 약세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유럽, 일본의 금리는 인상돼야 한다.

빠르면 이번주중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일본내에서도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부터 국내에서도 경기와 금리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금리논쟁과 관련해서는 현 경제팀은 저금리에 대한 애착이 유독히
강하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금리가 올라 주가마저 불안할 경우 4월 13일 총선에서 부각시킬
뚜렷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지금은 지난해와 달리 풍선이 부풀릴 대로 부풀려진
상태라는 점이다.

특정목표를 의식해 풍선의 한쪽을 누르다 보면(저금리) 다른 쪽은 터지게
(원화 절상) 마련이다.

풍선이 터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은 대내외 시장여건에 순응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 회자하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의 "눈치 경제론"의 논지는
이렇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는 국제시장의 형편을 고려해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 눈치없이 원칙만 운운하다간 실패보기 십상이다. 절간에
가서 새우젓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눈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바람직한 시각이다.

문제는 실제 정책운용이다.

"로마(국제금리 인상추세)에 거세게 저항(저금리 고집)하고 있는데
카르타고(우리나라)는 새우젓을 얻어 먹기보다는 소태를 맞을지 모르겠다"

<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