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번역돼 나온 토머스 그레텔, 폴 크루첸(95년 노벨화학상수상자)
공저 "기후변동"은 앞으로 지구에 불어닥칠 재난을 경고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수십년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1~2도
정도로 높아질 것이고 평균 해수면은 2030년까지 20cm, 2070년까지 45c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해안지방에 살고 있는 세계인구의 상당부분, 특히 동남아의
국가들은 심각한 재난에 처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밖에도 지구온난화를 경고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셀수없이 많다.

가장 권위있는 과학자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정부간 연구위원회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 놓았다.

결국 기상변화가 자연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근래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그야말로 종잡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물바다를 이뤘던 파주 연천지역의 홍수도 그렇고 삼한사온이란
특색을 무색케 했던 이상난동도 심상치 않다.

남부지방은 아예 아열대성기후로 변해버렸다는 것이 학자들의 얘기다.

"엘리뇨"니 "라니냐"니하는 용어만으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 한반도의
기후변동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올 겨울 기후패턴이 삼한사온에서 삼한십온으로 바뀌고 있다는
기상청의 발표는 우리기후의 또다른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13일주기로 발달하는 정체성고기압이 공기의 흐름을 차단
하는 "블로킹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얼마전 미국동부와 동유럽중동의 폭설과 한파도 대서양과 미국서부에서
발달한 블로킹현상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부터 현재까지 삼한십온이 8번 반복되고 있다니 결국
겨울이 평균적으로 그만큼 따뜻해 졌다는 말이 된다.

조선왕조의 임금들은 겨울이 겨울답지않게 따뜻하고 여름이 여름답지 않게
서늘하면 "건복의 근심"이라 해서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조심했다.

그들은 자연현상을 관찰해 인간사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대부분 인간의 대기오염에서 오는 것이라면 우리도 갖가지
공해를 막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지구라는 우주선을 함께 탄 인류공동의 책임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