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 (주)코오롱 사장 jhjo@mail.kolon.co.kr >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탄 비행기에서 관련업계 대표와 동석한 적이 있다.

그와 난 처음에는 가족이야기를 비롯해 사업,사회문제 등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레 주고 받았다.

그러나 얼마가 지났을까.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를 바라보며 연신 물만
마셔 댔다.

알고 봤더니 그는 끔찍한(?) 애연가였다.

바로 비행기내에서의 니코틴 금단현상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흡연하는 오너는 흔치 않다.

그도 건강과 자기관리를 위해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애초부터 나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을 걸 그랬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과연 금연에 성공했을까.

매년 1월엔 새해 금연을 결심한 많은 사람들로 인해 담배 소비량이 급감
한다고 한다.

그러나 주목할 일은 2월이 다가올 즈음엔 담배 소비량이 다시 급증한다는
것이다.

금연 유지기에 나타나는 금단증후 때문에 올해엔 기필코 담배를 끊겠다는
많은 이들의 결심이 작심삼일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금연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운동할 때 힘이
생기고 정신이 맑아진다. 자녀 아내 친구들로부터 더 존경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등의 여러 가지 금연의 이점을 몰라서 금연에 실패를 하는 것은
아니다.

연초에 금연을 결심했지만 그 결심이 벌써 허물어져 버린 사람들, 그리고
새해벽두에 수많은 목표를 세웠지만 이내 잊어버리곤 이전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제 맨 끈은 오늘 허술해지기 쉽고 내일은 풀어지기 쉽다"

나날이 다시 끈을 잡아매야 끈이 풀리지 않듯 내가 결심한 일은 날마다
내 스스로가 거듭 조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1월도 거의 다 보내고 2월을 맞이하는 지금, 한번 더 나의 풀어진 끈을
거듭 조여 보는 건 어떨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