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낮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점심시간인데도 여러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한 컴퓨터 화면에 외국인 대화장면이 나오자 직원이 중얼중얼 따라한다.

다른 컴퓨터에서는 "김 과장의 회계공부"라는 제목의 회계원리 강의가 방영
된다.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강좌를 듣는 직원들도 눈에 띈다.

인터넷을 통해 직무 교육을 받고있는 삼성전자의 사무실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처럼 직원들을 연수원에 모으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교육
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연수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현재 사이버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그룹.

삼성이 지난 1996년 국내 기업중 가장 먼저 사이버 캠퍼스를 개설했으며
98년 7월 LG, 99년 3월 SK, 그리고 올해초 현대가 이에 합류했다.

이들은 정보기술, 영어 등 어학, 회계 마케팅 등 직무와 관련된 강좌를
수개에서 수십개 개설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보통 2개월 내외이며 수강자에게 인사상 혜택을 부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올해 강좌수 크게 늘어 =사이버 교육에 가장 앞선 곳은 삼성이다.

1996년 마케팅, 비즈니스영어 등 2개 과목을 개설한 삼성은 현재 강좌수를
38개로 늘렸다.

강좌는 임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전략교육,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한 기능교육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임원 대상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전략은 지난해
10월 개설후 큰 인기다.

1천여명의 삼성 임원들이 모두 수강했다.

"인터넷과 관련된 정보화 과목과 영어작문실습 등 어학 과목이 비교적
반응이 좋습니다. 어학 과목의 경우 5백명 이상이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요"
(김영순 삼성인력개발원 사이버팀장)

삼성인력개발원은 오는 4월 비즈니스응답기술, 창의력운영, 기획력과정,
고객만족과정 등 4개를 추가하는 등 연말까지 강좌수를 60개로 늘릴 계획
이다.

인력개발원은 현재 1만명이 수강중이라며 연말까지 지난해(5만5천명)보다
1만5천명 많은 7만명이 수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1998년 7월 사이트를 오픈한 LG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6시그마 교육과정을 비롯 모두 18개 과정을 운영중이다.

LG는 계열사들이 주문하는 과목이 많아 올해 6시그마 프로젝트추진과정
E-비즈니스, 소중한 것 먼저하기, 상권분석, 사업경쟁력분석, 전략기획 등
23개 과정을 추가 개설한다.

또 중국 등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현지채용인들이 LG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현지채용인 오리엔테이션 과정"도 준비중이다.

이 강좌가 개설되면 해외 현지인들이 인터넷으로 LG 가상 연수원에 접속할
수 있어 해외법인 운영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LG는 기대했다.

LG는 2월초 강의가 시작되는 1차 강좌에 4백여명이 신청했다며 올해 강좌수
가 많아 1만명 정도가 연수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사이버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SK도 올해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한다.

현재 마케팅 등 4개 과정을 운영중인 SK는 인사교육 정보관리 기획관리
지식관리 등을 3월에 개설하고 연말까지 총 29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17일 회계이론 등 5개과목을 처음 개설한 현대는 3월중 생산, 인사
조직, 관리회계 등 3개 강좌를 여는 등 연말까지 모두 8개과목을 추가한다.

현대는 자동차 전자 등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1차 강좌에 현재 약 4백명이 수강중이며 올해 2천~3천명이 연수를 받을
것으로 현대는 전망했다.

사이버 연수가 늘어나자 프로그램과 운영시스템을 대신 개발해 주는 전문
업체도 생겨났다.

러닝컴, EDS, 킴스컨설팅 등은 교육과정 제작대행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견그룹과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인터넷망 전단계인 인트라넷망
구축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인트라넷은 회사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해 멀지않아 인터넷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 배경과 전망 =대기업들이 사이버연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 제도가
연수원 집합교육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집합교육과 달리 업무를 계속하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 연수받을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수강자의 80% 정도가 업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와 점심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교육효과도 높다.

수강인원에 제한이 없는 장점도 있다.

"미국 IBM은 e-러닝이라는 사이버 연수프로젝트로 18년 걸릴 것으로 예상
됐던 직원연수를 1년6개월만에 완료했다. 또 모토로라는 오는 2002년까지
집합교육의 40%를 원격교육으로 바꾸기로 했다"(삼성 김영순 팀장)

물론 사이버 교육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보안이 문제다.

자칫하면 해커의 침입으로 회사 기밀이 빠져 나갈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전산망과 분리된 연수원의
전산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다소 많이 든다.

중견기업들이 인터넷망이 아닌 인트라넷망을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에서다.

체험 실습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리더십교육 같은 과정은 수강자들이 모의훈련을 해야 효과적이나 사이버
연수원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기업체들이 이런 사정으로 리더십 등 일부 과정은 집합교육에 계속 의존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가입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사이버 교육이 확산될 것임은
틀림없다.

사이버연수 전문서비스업체인 러닝컴의 이종하 연구소장은 "구조조정으로
기업체들이 인력을 빠듯이 운영하고 있어 수십명의 직원을 연수원에 한꺼번
에 집합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사이버 연수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