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제조업 재고율이 20여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운용의 촛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재고가 바닥수준에 다달았다는 것은 앞으로 기업들이 적정재고 확보를 위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고율이 최저수준에 접근했다는 사실은 경기회복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최근의 재고율 변화추이를 보더라도 그같은 추론은 가능하다.

제조업 재고율 지수는 98년 1월의 120.2(95년=100)를 정점으로 22개월 동안
하락을 지속하다 지난해 11월 68.6으로 80년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경기순환과정에서 재고율이 정점에서 저점에 이를 때까지 걸린
평균기간은 21개월이었다는게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재고율은 지난해말 이미 저점에 도달했다고 단정할수 밖에 없다.

특히 재고율지수의 절대수준이 20여년만에 최저라는 것은 생산증가가 그만큼
급격히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하면 경기회복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의 국제경제여건 변화는 우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예컨대 국제유가 상승은 이미 우리에게 경상수지 악화는 물론 직접적인
물가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경기과열로 수입급증이 나타날 경우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수 밖에 없다.

사실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우리가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흑자를 동시에 이뤄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
또한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은 유지되어야 하겠지만 과열로 이어져 물가불안과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운용의 조화를 이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경제안정책으로 총수요관리를 생각해볼수 있지만 최소한 재고율 동향
으로 판단해 본다면 경기상승 국면의 초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다.

오히려 성장과 국제수지,그리고 물가안정 목표를 어느정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수출확대등에 정책의 촛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됐다 해서 무역수지 흑자목표를 줄여잡는 등 소극적
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