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소문이 돌았지만 나라종합금융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별다른
생각없이 투자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부는 왜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청천벽력같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겁니까"

자금난을 겪던 나라종금에 영업정지가 내려진 후 전화를 걸어온 소액
주식투자자들과 개인 예금자들의 항의 내용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힘없는 개인만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나라종금이 영업정지를 맞게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같은 개인투자자나
예금자들의 불만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나라종금 경영진이 범한 엄청난 실수를 소액주주나 예금자는 처음부터
제대로 알지 못했고, 설령 알았다 해도 이를 막을 힘이 없었다.

나라종금은 대우그룹 전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가던 지난해 6월을 전후해
무려 1조5백70억원의 콜 자금을 투자신탁회사로부터 받아 대우계열 금융회사
에 건네주는 역할을 맡았다.

대우가 무너지면 함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 경영진은 자신들이 힘들때 돈을 대준 친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돈을 내줬다.

소액 투자자나 예금자보다는 대주주가 더 중요했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이로인해 소액 투자자와 예금자는 이런저런 피해를 또다시 보게
됐다.

나라종금에 대한 영업정지 발표가 있던 지난 21일 오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라종금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얘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금융시장에 괜한 혼란을 주지않으려는 의도였다.

영업정지는 모든 금융시장이 문을 닫은 뒤 발표됐고 이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나라종금 파국과 관련해 제기되는 책임론에서는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한 투자자의 말처럼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을 한순간에 대우계열사에
지원하고 있을 때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또 엄청난 잠재부실을 안고있던 나라종금에 대해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이 대주주와 경영진이 무분별하게 회사 살림을 꾸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실패한 것 같네요"

금융당국은 이 투자자의 항변을 곰곰 생각해 보아야할 때인 것 같다.

<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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