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벤처기업의 산업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18%로 끌어올리고
기업수 4만개, 고용인원 1백20만명에 이르도록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에 20개의 벤처단지를 조성하고 벤처 기업들에 충분한 자금이 지원
되도록 1조원대의 공적기금을 확충한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2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이 바로 올해초인데 불과 며칠만에
목표 숫자가 배증된 것은 분명 과욕이요 허세라고 하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이해할 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역동성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 육성을 몇만개 등의 수치목표를
내세워 추진할 만한 것인지부터가 의문이고 더욱이 이를 증권시장과 연계해
추진할 경우 나중에 통제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배태시키지나 않을지 걱정
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벤처는 말 그대로 높은 위험성을 갖고 있는 모험기업이다.

실패의 가능성이 성공의 가능성보다 몇배, 몇십배에 이르는 것이 벤처의
속성이라면 여기에 투입되는 자본의 성격은 위험을 대가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형 민간 자본"이라야 마땅하다.

정부가 거액의 자본을 직접 투입해 투자위험을 납세자들에게 분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선택인지는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원천기술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특정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백번 장려할 일이라 하겠지만 그 투자대상이 자본의 신속한 이합집산과
자유로운 진입 퇴출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이라면 이는 적절한 자원배분이
아닐 수도 있겠다.

코스닥 또는 제3시장을 벤처기업 지원과 연계해 발전시킨다는 생각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인터넷등 첨단업종 기업들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미국에서조차 등록된 인터넷 기업의 50% 이상이 최근 1년동안
심각한 주가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더욱이 주가는 부침이 크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란 쉽지 않다고 하겠다.

벤처육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끝에 기존 산업에 대한 전략적 배려는 오히려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세계적인 벤처 붐이라지만 다른 한편에선 기존의 거대 기업들이 큰 덩치를
다시 키워가는 소위 메가머저 (Mega Merger) 열풍이 동시에 진행 중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벤처육성의 명분은 옳다하더라도 정부가 특정 벤처기업을 선정해 직접
자금을 투입한다든가, 산업정책을 오로지 벤처 중심으로만 사고하는
편향성을 보인다면 이는 매우 곤란한 일이다.

산업정책의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