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병원을 찾아 왔다.

특별한 이유없이 몇달전부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내과와 신경과에서 각종 검사를 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신경정신과에서도 정밀진찰을 했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중 환자의 직업과 생활환경에 대해 알아보면서 진단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관련된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다.

그는 업무상 하루 8시간이상 컴퓨터 작업을 하고 퇴근후에도 밀린 업무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결국 이 때문에 병까지 얻은 것으로 진단된다.

최근들어 컴퓨터와 관련된 질병이 부쩍 늘고 있다.

생활편의와 사무능률을 높여주고 있으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른바 테크노 스트레스(Techno-stress)다.

일반적으로 VDT(Video Display Terminal)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목이 뻐근하고 눈이 침침해지는게 대표적 증상이다.

이에 못지않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컴퓨터 통신 중독증"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컴퓨터 관련장애는 "A형"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A형은 성취욕과 집착이 강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탐닉하는 성향이 높다.

컴퓨터 중독증에도 빠지기 쉽다.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를 잘 활용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컴퓨터를 사용할땐 반드시 20~30분마다 2~3분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쉴 때는 먼 곳을 응시하고 심호흡을 깊게 하는게 좋다.

컴퓨터 작업할때 과도한 흡연과 커피를 마시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이와함께 되도록 수면-각성 주기를 해칠 정도의 야간 작업은 삼가고 피치
못해 야근을 할땐 다음날 꼭 쉬어야 한다.

특히 A형은 느긋한 성격을 갖도록 노력하는게 바람직하다.

자신에게 "너무 완벽하고 꼼꼼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
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컴퓨터를 사용할땐 집중력을 발휘해 단기간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
휴식 음악감상 등에 투자하는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찬형 < 영동세브란스병원 의사.정신과박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