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의 작가 루쉰은 임종 직전에 "한자가 망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한다"고 극언했다.

그러나 중국의 한자는 나날이 늘어나 오늘날은 5만여자를 헤아리게 됐다.

그의 예견은 완전히 뒤짚혀 버린 셈이다.

한국에도 한자어 종말론을 외치는 일부 국어학자들이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

법으로는 한글전용을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상용국어 어휘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처지다.

국한문 병용(49년) 국한문혼용(64년)->한글전용(70년)->국한문병용(75년) 등
엎치락뒤치락해 온 국어교과서를 보면 그간의 내력을 역력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에서 한국처럼 한자교육에 소홀한 나라는 없다.

지금 중국은 상용한자 3천5백자를,대만은 4천8백8자를 가르친다.

일본은 초등학교에서 1천6자, 중학교에서 9백39자 등 모두 1천9백45자를
가르치고 있다.

인명용 상용한자 2백84자는 별도다.

북한은 64년 한자교육을 부활시킨 이래 교육한자 3천자를 지정해 초등5년~
중등2년까지 1천5백자, 그뒤부터 대학까지 1천5백자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은 51년 1천자를 상용한자로, 59년 1천3백자를 임시허용한자로
가르치다가 68년 한글전용으로 폐기했다.

그뒤 72년 중학 9백자 고교 9백자 모두 1천8백자를 교육용 기초한자로
지정해 가르쳐 오고 있다.

교육부가 근 30년만에 기초한자 1천8백자중 일상어에서 사용빈도가 낮은
79자를 바꾸는 시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문교육을 실용성 위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해 기초한자중 2백44자를 바꾸고
별도로 2백자의 국어생활한자를 새로 제정하자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기왕 바꿀 바에는 한자교육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기초한자를 사실상 2천자로
늘리는 문광부안이 더 합리적이다.

한가지 일에 두 부처가 매달려 있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어문정책담당부처는 문광부가 아니었던가.

한자를 많이 알아 손해볼 것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