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한국경제신문은 KRC라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국민들의 주식투자
성향을 조사한 적이 있다.

전국 6대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식투자
를 하고 있는 사람은 10명중 2명꼴 이었다.

이중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33.0%, 돈을 잃은 사람은 29.7%였다(37.4%는
현상유지).

이익을 낸 사람이 많았지만 손해를 본 사람도 그에 못지않다.

특이한 점은 월소득 4백만원이상의 고소득층은 55.6%가 재미를 본데 비해
1백만원이하인 사람은 불과 27.8%만이 이익을 냈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주식으로 재산을 더욱 불린데 비해 서민층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그나마도 까먹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올들어 주식시장은 지난해말보다 상황이 나빠졌다.

종합주가지수는 900선 가까이까지 밀리고 코스닥지수는 30%이상 떨어졌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반토막난게 허다해 지금
다시 조사를 하면 손해를 봤다는 응답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신문사 데스크에는 "주식투자로 손해를 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전화가 부지기수로 걸려온다.

"주식으로 돈을 벌 수있다기에 적금을 해약해 투자했는데 한달도 안돼
원금이 다 까졌다"는 하소연에서부터 "남편 몰래 친척 돈을 빌려 주식에
손을 댔다 다 날려버려 쫓겨나기 일보직전"이라며 발을 동동구르는 주부에
이르기까지 사연도 가지가지다.

주식투자는 이렇듯 위험한 것이다.

시기와 종목을 잘 선택하면 단기간에 2-3배의 이익을 올려 말그대로 한방에
벌떡 일어설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가산을 모두 날려벌리 수도 있는게 주식
투자이다.

특히 투자규모가 적어 분산투자를 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경우에는 이익을
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앨런 그린스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경제정책이 증권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국 행정부에 경고한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일게다.

헌데 한국정부는 얼마전에 증권시장을 통해 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소위 제3시장을 만들어 서민층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토록 유도함으로써 증시활황을 혜택을
골고루 누리겠다는 정책의 기본 취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제3시장도 기업의 자금조달 루트를 넓혀주기위해서나 증권시장의 다원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활성화시켜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들의 주식투자를 유도해 중산층을 넓히겠다는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활황을 전제로 한다.

주식시장이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만 움직여주면 나물랄데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생물과도 같아 예측을 불허한다.

안팎에 여건이 좋아 떨어질 이유가 없어보이는데도 한 없이 떨어지고 반대로
올라갈만한 여건이 아닌데도 곧잘 올라가는게 주가다.

그렇게 리스크가 상존하는 시장에 어렵게 모은 서민층의 돈이 들어가도록
유도하는게 바람직할까.

정부도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증권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저금리 구조와 주식시장으로 무게중심
이 옮겨가는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시프트,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실적 호전
등으로 볼 때 주가는 장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종합주가지수가 올해안에 2000까지 갈 것이라고 호언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모든 종목의 주가가 다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개미군단이 "왕따"당했다고 아우성이었듯이 전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종목별 차별화현상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소액투자자로 불리는 서민층이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의 흐름을 따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KRC의 조사에 보듯 지난해 주식시장이 그렇게 호황을 구가했는데도 손해를
본 사람의 숫자가 이익을 낸 사람과 비슷하지 않은가.

정부는 증시를 활용한 중산층 육성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앞서 1990년초반의
국민주 보급운동이 어떠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이 국민주로 보급되고 우리사주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쏟아졌다.

증권회사들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국에 잇달아 지점을 내고 소판 돈,
논판 돈까지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남은 것은 깡통계좌 뿐이었다.

서민들의 발길을 증권시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한다''는 점을 먼저 알려주는게 그들의 재산증식이나 증권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