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올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 10개 국가 가운데 한국주가가 홍콩 다음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증시동향에 대해 지나치리만치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뿐
아니라 시장 내부 에너지가 취약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는 2000년 증시 개장일인 지난 4일
1,059.04에서 20일 945.90으로 10.6% 떨어졌다.

이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17,369.63에서 15,215.31로 12.5% 떨어져 주요국가
중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한국은 홍콩에 이어 하락률 2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싱가포르가 10.3%,태국이 5.7% 떨어졌다.

반면 경기회복세를 발판으로 외국인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는 일본은
거의 보합세를 보였으며 대만 가권지수는 오히려 5.3%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4.7%,프랑스가 3.5% 하락했으나 독일은 5.3% 상승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연초 11,357.31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11,354.30에 머물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국제자금의 움직임이 활발해
전통적으로 미국의 금리동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증시여서 미국증시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일본이 보합세를 보이고 대만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나, 첨단기술제품의 기술력
이 거의 동등하거나 한국보다 약간 떨어지는 대만의 주가가 안정적인 움직임
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증시의 움직임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국증시가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외풍에 심하게 흔들리는 것은 그만큼 시장체력이 약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고 지적했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