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국내금융시장과는 대조적으로 평온한 한 주였다.

주중 내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5엔, 유로화 가치는 1.01달러대에서
움직였다.

국제금리도 한주간 변동폭이 불과 5bp에 그쳤다.

연초 들어 각국 금융시장에도 인터넷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같다.

금융시장은 인터넷으로 인한 가장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금융시장의 단일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각국의 금융시장간에 정보시차가 거의 없다.

모든 시장을 거의 동일한 시간에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가격변수의 움직임이 동조화 추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들어서는 시장의 질적 내용까지 같아지고 있다.

금융기관의 겸업화.대형화도 촉진되고 있다.

금융업무간의 영역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금융업이 각종 콘텐츠와
인프라간의 결합도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미국의 글라스-스티겔 법안이 폐지된 것도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조치라 볼 수 있다.

국제금융질서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비영어권의 영어공용화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활용을 쉽게 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미국 영국 아일랜드와 같은 영어권 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동안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각국의 법화를 달러화로
하자는 소위 "달러라이제이션" 논의도 촉진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세계단일통화가 필요하고 달러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시대가 도래되면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은 기존에 국경을 전제로
한 통화정책의 무력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국내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한국은행보다는 미국 연준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금융시장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주된 원인은 인터넷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계층이 "n"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갖고 모험을 즐기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주가, 환율과 같은 금융가격변수는 더 이상 경제실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고 볼 수 없다.

먼저 금융가격변수는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에 의해 결정된 이후 실적이
뒤따라 온다.

조지 소로스의 재귀이론(reflexivity theory)이 통용된다는 의미다.

물론 실적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거품논의에 쉽게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변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시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모델링에 의한 예측보다는 시장참여자들로 구성된
포렉스에 의한 예측이 보다 정확하고 점점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수단에 있어서는 "고위험-고수익" 선호로 투자의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이
중시된다.

그만큼 새로운 투자수단이 나타나면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최근에 미국의 나스닥 시장과 한국의 코스닥 시장이 각광을 받고 제3시장,
벤처기업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 결과 제품 혹은 금융상품의 라이프싸이클이 짧아지면서 보다 다양한
제품,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현되고 금융사기사건도 비일비재하게 발생된다.

실물경제에서도 "신경제" 혹은 "골리락스 경제"가 보편적인 경제현상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터넷이 확산되면 될수록 우리 정부나 국내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많은 변화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는 갈수록 경제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앞서 지적한 변화에 대한 입장을 취해 나가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