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훈 < 대영 대표 >

외환위기로 인한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퇴색했다.

휘몰아친 구조조정 바람에 이은 인터넷 정보통신사회를 맞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응집력과 충성심이 강한 인재를 선호해온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제일주의 시대의 인사정책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은 어떤 회사는 어느 지역출신이 중심세력이 되어
있어 다른 지역출신들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 등으로 응시원서 제출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설사 입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직급 이상은 절대 승진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주저없이 다른 회사로 떠난다.

여기에다 벤처열풍을 타고 벤처기업 창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98년 한달평균 2백55개씩 늘어나더니 작년말부터는 그 폭이 훨씬 커져 올
1월중순엔 5천개사를 넘어섰다고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바 있다.

''연고''가 우선하는 기업에서는 입사하자마자 출신지역과 출신학교에 따라
편이 갈리고, 그마저 해당사항이 없는 직원들은 어떤 연줄에 기대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현실이다.

편견도 있겠지만 기업들의 인사정책이 젊은 인재들의 기대에 못미쳐
불신받고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

조직이 직원들에게 충성심을 너무 강조하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관료화된 조직은 선배 동료 상관으로부터 충성하는 방법을 유형무형으로
훈련받게 된다.

이렇게 충성심에 기반을 둔 연줄문화는 조직의 폐쇄성을 고착시킨다.

훈련된 충성심이 일으키는 또 다른 문제는 충성의 대상이 되는 윗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정보는 부드럽게 다듬어서 보고한다.

최고경영자는 점차 실제상황 정보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잘못된 인사가 가져오는 피해는 엄청나다.

개인회사의 경우에는 그 회사가 피해를 보면 그 뿐이다.

하지만 나라의 경우에는 누가 피해를 보는가.

무능한 사람을 요직에 기용, 제때 막을 수 있는 적을 막지 못한다거나,
외국과의 관계에서 지킬 수있는 국익을 지키지 못하면, 또는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편이나 불이익을 주며 국고를 탕진하는 피해가 생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나라 일이든 기업체나 단체의 일이든 인사가 일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리만큼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능력과 또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책임감.성실성을 갖춘 청렴결백한 사람을 뽑아 쓴다면 그 이상 더
잘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이 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다 써야 할 일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 21세기에 생존 번영할 수 있는 유연하고 젊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또 하루 하루 달라지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인사정책의
패러다임을 180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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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