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무역수지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의 적자가 무려 18억4천5백만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1월의 무역수지 악화가 해마다 나타나는 계절적 요인이라고
설명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대단히 심상치 않다.

작년 1월의 실적인 6억달러 흑자와 비교해도 너무 낙관적인 해석이고,
올해엔 단순히 계절적인 요인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1월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연말에 기업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밀어내기식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탓이다.

그 반작용으로 1월이 되면 수출이 주는데 반해 수입은 평소 추세를 유지하다
보니 흑자가 줄어든다.

그러나 올해에는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들이 연초부터 모두
부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다르다.

우선 원화의 강세기조가 뚜렷해진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출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환율이 연초부터 하루 10~20원씩 오르내리며 출렁거리고
있다.

국제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내금리도 오름세를 타고 있고 노동계도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결같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이다.

지난 연말부터 급등하는 국제 원유가도 큰 악재다.

산유국들이 감산시한을 연기했다는 소식으로 배럴당 30달러까지 육박했고
이는 다른 원자재의 가격상승을 불러온다.

산자부는 올해 에너지 수입액이 3백3억달러로 작년보다 33%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와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불러올 무역수지의 악화는 이미 불가피해
졌고, 원유가 상승은 연료비와 운송비의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수출업계로선
2중고가 된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는 수입은 쉽사리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데다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탓이다.

지난 2년간의 무역흑자도 경쟁력 회복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경제난으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어든데 힘입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건으로는 무역수지 흑자의 감소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정부가 원화의 절상 추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해도 수출업계가 적응할 수
있을만큼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원화의 급격한 강세를 막을 필요는 있다.

대우 채권의 환매 때문에 불안해진 금융시장도 하루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

원유가 상승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절약 이외 묘책이 없다는 점과
급증하는 수입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무역수지가 악화돼 달러가 줄면 외환위기가 또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