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굴 믿어 어찌 믿어 더는 못믿어/누가 누굴 욕하는 거야 그러면
너 얼마나 깨끗해/너나 할것 없이 세상속에 속물들이야 워/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바꿔 바꿔 사랑을 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이정현의 "바꿔"가 대유행이다.

지난해 발표된 이 노래는 원래 실연당한 여자의 심정을 담은 것인데 가사
때문인지 새해 들어 일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농림부 시무식에서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더니 최근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과
맞물려 정치권 전반에서 선거캠페인송으로 차용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이정현은 광주사태를 다룬 영화 "꽃잎"에서 어린 소녀역을 맡았던 1980년생
가수다.

황금박쥐옷같은 독특한 의상과 손가락을 입부분에 대고 머리와 팔을 좌우로
흔드는 테크노댄스로 "와"라는 노래를 불러 주목을 끌더니 "바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노래는 사회와 시대상을 반영한다.

6.25땐 "굳세어라 금순아" "전선야곡", 환도 이후엔 "이별의 부산정거장"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유행하고, 국군의 월남전 파병이 한창이던 60년대
중반엔 "맹호는 간다" "십자성부대" 등이 널리 불린 게 그렇다.

70년대 중반의 "고래사냥" 80년대초 "그때 그사람"도 마찬가지다.

"한국대중가요사"의 저자 이영미에 따르면 가요는 "시대 읽기에 필수적인
동시대 대중의 정신적 산물"이다.

"바꿔" 붐 또한 오늘날 이땅 사람들의 심리와 욕망을 대변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가요의 주수용층이 20대에서 10대로 바뀌면서 이들
대상의 랩이나 하드록이 청소년들의 욕구불만을 의식,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파괴적인 정서에 호소하려 드는 상혼의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건강한 공동체적 정서에 바탕을 둠으로써 오래 남는 생명력있는 노래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반짝 떴다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노래가 판친다는
지적이다.

테크노 열기와 개혁 분위기에 편승한 듯한 감이 없지 않은 "바꿔" 열풍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 궁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