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 (주)코오롱 사장 jhjo@mail.kolon.co.kr >


주일에는 골프를 하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실력이 붙지 않는다.

친구들과 플레이를 하다가 퍼팅이 잘 안 되면 "왜 공이 홀에 잘 안
들어가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친구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쳐다본다.

다시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도는데 그 표면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고 물으면 더욱 어이가 없어 한다.

곧이어 그 속도가 무려 초속 4백50m나 된다고 말해주면 무척이나 놀란다.

이 속도는 분속 28km에 해당되며 시속은 1천6백km로 환산된다.

제트기인 B-747이 시간당 9백km 가량 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속도다.

소리보다 빠른 속도인 초음속은 초속 4백60m다.

그래서 혹자는 지구가 도는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귀에 안
들린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우스갯소리도 한다.

어쨌거나 플레이 도중에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으니 어떻게
골프공이 홀에 들어 가겠느냐"고 하면 모두들 껄껄 웃곤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하늘로 계속 올라가면 어디로 가게 되고 그 곳은 어떻게 생겼는지,
은하계를 거쳐 몇 억 광년을 지나가면 무엇이 나오며 과연 궁극적인 "끝"이란
있는지, 열심히 회사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엄청난 그 무엇이 블랙홀과 같은
강력한 힘으로 우리에게 닥쳐 오고 있는 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6.25때도 우리는 전혀 그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다가 엄청난 민족적 비극을
당했다.

IMF환란이 닥쳐 올 때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청천벽력처럼 그 엄청난 일을 당해야 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또다른 어떤 일이 닥쳐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거대한 유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을 시작했고 그에
따라 최후의 날(Doomsday)이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는 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는 온갖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해서 예측을 해보지만 정확도는
형편없이 낮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함없이 전지전능한 신을 믿게 되고, 종교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존재하는가 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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