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수정예의 연구개발 인력으로 이뤄진 이들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은
새로운 아이템의 개발에만 핵심역량을 쏟아붓는다.

개발된 아이템은 로열티를 받고 다른 기업에 기술자체를 넘기거나 생산과
영업부문을 아웃소싱해 직접 사업화한다.

또 개발기술의 사업화를 전담할 별도법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연구개발전문 벤처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 계속해서 이전하는
''기술 지주회사형'', 기술개발과 함께 아웃소싱을 통해 사업화에도 뛰어드는
''아웃소싱형'', 기술을 팔기도 하고 별도 법인을 만들어 사업화하기도 하는
''선택적 사업화형'' 등으로 구분된다.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이들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 줄 ''기술평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술 지주회사형 =멀티미디어 벤처기업인 디앤씨테크는 올해로 창업
2년째다.

이 회사의 직원은 박한서(35) 사장을 포함해 모두 26명.

이 가운데 2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디앤씨테크는 최근 컴퓨터없이 라디오 오디오와 바로 연결해 MP3 파일을
만들 수 있는 엔코딩 MP3 솔루션 칩을 개발했다.

기존 MP3플레이어는 컴퓨터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을 단순히 재생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앤씨테크의 칩을 이용하면 모든 오디오 기기의 음악을 MP3 파일로
녹음할 수 있는 엔코딩 MP3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이 칩을 직접 사업화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 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외 대기업들 가운데 컴퓨터 전자
통신 분야의 세계적 기업 10개 정도에만 기술을 이전해 줄 계획이다.

생산능력과 영업망이 뛰어난 기업이 자신의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디앤씨테크는 지금까지 PC용 DVD플레이어, 다자간 영상회의시스템,
인터넷방송시스템을 개발해 데이콤 등에 기술을 이전했다.

박 사장은 "개발된 기술은 그것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고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디앤씨테크의 원칙"이라며 "앞으로도 기반기술
을 개발해 다른 기업에 넘기는 기술지주회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아웃소싱형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는 전형적인
아웃소싱형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이다.

지난 91년 신성이엔지의 자회사인 신성기술연구소로 출발한 이 회사는
연구인력으로 31명의 정예멤버가 있다.

실리콘밸리업체들이 개발에만 주력하고 해외에서 주로 생산하는 것처럼
이 회사는 연구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시키고 생산과 영업은 철저하게
아웃소싱한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유니버설시리얼버스(USB) 방식의
TV 수신카드를 비롯, 지금까지 상품화한 제품은 16가지.

이 제품은 대부분 5~6개 전문업체에서 생산과 영업을 맡았다.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기술개발 속도를 따라잡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생산과 영업까지 신경쓰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는 게 이 회사 임채환(44)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 선택적 사업화형 =올해 초 창업한 청정하이텍은 개발한 기술의 성격에
따라 다른 회사에 이전할 것은 이전하고 직접 사업화할 수 있는 것은 별도
법인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선택적 사업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자체 개발한 2건의 기술을 다른 벤처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넘겼다.

직원을 더 뽑아 무리하게 사업화에 나서기보다 그 기술이 제대로 결실을
맺도록 "능력"있는 기업에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으로 받은 로열티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투자했다.

청정하이텍은 최근 가스관 송유관 상수도관 등에 쓰이는 차세대형 긴급차단
자동안전밸브를 개발했다.

이 회사 심한섭(29) 사장은 자동안전밸브의 사업화를 전담할 별도 법인을
세웠다.

청정밸브로 이름 붙여진 새 회사는 자동안전밸브를 생산 유통하는 일만을
맡게 된다.


<> 기술평가시스템을 갖추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운영중인 기술평가센터를
비롯한 몇몇 기관들에서 기술평가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들은 개발한 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술평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정하이텍 심한섭 사장은 "국내 기관들에서 발급해주는 기술평가서가
시장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술신보 관계자는 "기술평가가 활성화된 것이 2년이 채 안됐다"
며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기존 인력을 해외에 연수시키는 등 다양한
보완노력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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