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타이슨 < UC버클리대 경영대학원장 >

나는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신경제"의 추종자다.

아마도 내가 실리콘밸리 인근에 살고 있고 20대의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학장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수요.공급법칙과 같은 고전적인 경제학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최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경제이론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삶에 플러스가 되는
것들이다.

변화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경제성장의 인과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의 주 요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
정보통신 등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전통적인 경제 투입요소인 자본 노동 토지의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미국경제는 연평균 2.5%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25년간의 연평균 생산성 신장률을 훨씬 상회한다.

"신경제"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이러한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그동안 죽 이뤄져 왔던 기업구조조정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실제로 발전이 이뤄진 부문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부문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경제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터넷 등 발달된 기술에 의해 이뤄진
생산성 향상은 서서히 시간을 두고 국가경제 전체로 확산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정보기술 발달로 생겨난 경제적 성과물들이 우리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앞(미래)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는 미국경제에서 전통적인 경기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한 해였다.

실업률과 핵심 인플레율(에너지 및 식품가격 제외)이 모두 전례없이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같은 신기한 현상은 부분적으로는 강한 달러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국제 원자재가격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날로 확산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들-예컨대 점점 중요시되고
있는 스톡옵션과 계약직 노동자문제-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을 낮은 상태로
묶어두고 있다.

여기에다 빨라진 생산성 향상 속도 덕분에 비용과 가격인상 압력없이도
상당수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기술과 일자리 혼란으로 촉발된 노동자들의 불안정성
은 일자리 수요를 위태롭게 할수도 있다.

"신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전세계적인 상호 의존성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에 봉착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보호주의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 교역 신장속도는 세계 생산량 증가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충돌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몇년간 금융서비스와 통신 정보기술 부문에서 이루어진
자유무역 성과와 진전들이 과소 평가돼서는 안된다.

무역확대는 선의의 경쟁과 효율성 증대라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온다.

혁신의 성과물들이 전세계로 파급될수 있는 것도 바로 국가간 교역을
통해서며 이러한 것들은 때때로 생산성 향상보다 더 의미가 있다.

물론 이렇게 국가간 장벽을 허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생산증가량에 대한 재고비율을 줄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재고는 여전히 골칫덩이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서비스-역사적으로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생산의 한
부분으로 더욱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신경제가 과거 경제보다 금융시장의 거품이 적고 예기치 않은 반전에도 잘
견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실제로 지난 98년 유동성 부족의 위기에서 세계를 구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지금까지 사용해 온 금리인하 조치였다.

정보기술산업의 발전에도 함정이 있다.

신경제의 발달된 정보기술에서는 기술과 정보가 없는 소위 사회적인
약자들의 요구와 몫이 상대적으로 감소, 빈부간의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는
폐해가 있다.

정보기술 발달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시장에서는 기술로 무장한 국가나 기업
및 개인 등과 같은 승자가 대부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점증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신기술을 이용하려면
경제적인 발전 및 교육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정치적인 고려와 사회적 안전망 확대라는 부수적인 조치들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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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이었던 로라 타이슨 UC버클리대
경영대학원장이 비스니스위크지 최근호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