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급전을 마련하는 곳이라는 정도로
인식됐다.

우리사주로 받은 물량을 조금씩 내다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공간이란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대신 노다지를 캘 수 있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투자장소로 탈바꿈했다.

인터넷공모를 통해 투자한 물량도 흘러나온다.

엔젤들이 투자한 물량도 거래된다.

이중에는 알짜중의 알짜도 있다.

장외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달라졌다는 뜻이다.

장외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크게 둘로 나누면 환금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따질 수 있다.

환금성이 있다는 것은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처럼 증권사에 입고할 수
있는 종목도 많다.

거래도 몇십주, 몇백주 단위로 소량 거래되는 종목도 있다.

사고 파는 사람이 서로 믿을 수 있다면 은행계좌로 돈을 받고 상대편
증권계좌로 주식을 이체하면 된다.

반면 환금성이 없는 주식은 사려고 해도 쉽게 사지지 않고,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

증권사에 입고되지 않는 주식도 많다.

거래단위도 1만주 이상이어서 소액으로는 거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따라서 장외거래를 할 때는 환금성이 있느냐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게
중요하다.

물론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은 1~2년 앞을 내다보고 우량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놓는 경우도 많다.

<> 어떤 종목이 거래되나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LG텔레콤 신세기통신
한솔PCS등 대기업의 주식이 소규모로 거래됐다.

대부분 우리사주 물량이 조금씩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벤처기업들의 주식이 대량으로 거래된다.

야후코리아 알타비스타등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주식부터 듣도보도 못한
종목도 많다.

인터넷 공모등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종목이 거래되고 있는 것.

최근 인터넷으로 공모한 골드투어의 경우 공모가 마감되자 마자 팔자는
물량이 장외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물론 모든 종목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한주도 거래가 안되는 종목도 많다.

거래량이 많은 종목의 특징은 두가지다.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있는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LG텔레콤 시큐어소프트등의 거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거래가 활발한 또 다른 종목들은 소액으로 소량거래가 가능한 것들이다.

이니시스, 아리수 등은 액면가 1백원에 주당 가격이 1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상당수 물량을 갖고 있어 사고팔기가 수월한 편이다.

물론 두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기업의 성장성이 의심을 받는다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밖에 소프트랜드 시큐어소프트 메타랜드 쌍용정보통신 삼성SDS 옥션
야후코리아 인터넷114등도 사자와 팔자 주문이 빈번히 나오는 편이다.

또 코스닥에 등록이 된 후에도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시장에서는 물량을 잡을 수 없는 경우다.

프리미엄을 주고 물량을 잡겠다는 것.

주성엔지니어링 한통하이텔등이 코스닥에 등록된 뒤에도 장외시장에서
한동안 거래되기도 했다.

<> 가격결정 =상.하한가가 없다.

오르내림의 폭이 크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일반 시장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감독이나 규제조항이 없다.

그래서 주가의 조작이 쉽다.

실제 장외주식을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온갖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이 집합해있다.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뭐라고 하더라"는 간접화법이 주류를
이룬다.

공시등의 제도가 없는 탓에 주주총회나 이사회 일정만 잡혀도 호재가 된다.

기존 주식거래규정에 얽매이지 않아 증자등을 해도 권리락이 없다.

따라서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등을 결의하면 호재중의 호재가 된다.

가격의 큰 흐름은 코스닥시황과 맥을 같이한다.

어차피 성장성에 기대를 거는 종목이 많다.

또 코스닥등록이 가장 큰 호재이고 보면 코스닥시장의 침체는 곧바로
장외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코스닥시장이 폭락했던 지난주 장외시장에서는 오른 종목이 거의
없었다.

기사회생의 징후가 보이는 삼성자동차 정도만이 주가가 올랐다.

장외시장에서는 코스닥시장 등록을 앞둔 기업이 단연 거래가 활발하다.

거래가 활발한 종목은 코스닥 등록을 목전에 둔 기업이라고 봐도 된다.

이동통신업체인 LG텔레콤과 신세기통신 나래이동통신 온세통신 등도
장외시장의 터줏대감이다.

또한 두루넷 이니시스 아리수 등 인터넷업체들도 장외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

<> 장외시장의 중심주 =삼성SDS를 꼽을 수 있다.

18일 현재 이 회사 주식은 61만5천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PC통신인 유니텔을 분리한다는 방침 때문에 주가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가주에 속한다.

전자상거래용 보안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니시스도 따지고 보면 황제주 반열에
놓을 수 있다.

액면가 1백원인 이니시스의 주가는 1만원.

5천원기준으로 하면 50만원인 셈이다.

비교적 소액으로도 사고팔수 있어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삼성자동차의 주식도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차의 해외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입도선매한다고 사들였다가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교보증권이나 담배인삼공사등이 등록이나 상장을 앞두고 장외에서 주가가
올랐지만 막상 정규시장에 들어가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