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키바라 에이스케 < 전 일본 대장성 국제담당 차관 >


일본경제는 작년 3.4분기에 마이너스 1%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 3월에 끝나는 99회계연도 한해전체로는 플러스 1%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1.5%를 웃돌수도 있다.

올해에도 일본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이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통화확대정책과 제로 금리정책,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도 2000회계
연도까지 지속될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일본정부의 공공부채가 과도해 경기부양정책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본정부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백%를 넘어섰다.

부채과다국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순부채는 GDP의 36~37%에 불과하다.

선진7개국(G7) 중에서 가장 낮다.

문제는 엔화가치다.

달러당 1백엔을 위협하던 엔화가치는 최근 1백6엔대로 밀려나는등 엔고추세
가 주춤해지고 있다.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효과등에 힘입은 것이다.

일본정부는 엔화가치를 달러당 1백10엔대로 더욱 떨어뜨려야 한다.

엔고는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어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엔화가치 하락에 더 적극적
으로 나서야 한다.

올해 일본증시도 낙관적이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조만간 2만엔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개월안에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더 강해지면 외국인자금이 더욱
밀려들어 증시를 자극할 것이다.

작년 도쿄증시가 벤처기업전문 증시인 "마더스"를 출범시킨데 이어 올해에는
"나스닥재팬"이 발족한다.

이에따라 일본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게
될 것이고 이는 증시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21세기에 IT혁명이 본격화
되고 이들 국가는 다시 세계경제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으로 경제기반이 탄탄해진 데다 인구의 고학력화로 인터넷
시대에 그 어느 나라보다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금융체제의 개혁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개혁작업은 답보상태다.

금융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아직 불충분하다.

당장 눈 앞의 위기는 끝났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향후 2~3년내 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경제가 감당하기에 벅찰 정도로 대외부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작년 2천5백억여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순부채는 1조5천억달러를 웃돈다.

하루 이자만도 10억달러에 이른다.

비록 미국경제가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파국적인 경제위기를 맞지는
않겠지만 경제의 급격한 위축가능성은 높다.

이와관련, 국제사회 전체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위기방지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통화기금 형식이나 중앙은행간 협력, 지역내 국가간
협약의 형태를 띨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가 남겨준 교훈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와 뉴욕등
국제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내 통화로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채권시장이나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아시아국가들이 아시아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될 것이다.

향후 5~10년안에 유로화는 동구권, 북아프리카 등지로 확대될 것이다.

미주지역에서는 달러라이제이션(미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는 것)이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는 독자적인 지역통화메커니즘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아시아 지역통화를 창설해 국제통화체제를 미주대륙의 달러, 유럽의 유로화
와 더불어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지역통화 출범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시아 지역통화의 의미는 매우 약해진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달러존이나 유럽통화그룹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시아가 또다시 미국등 선진국에 의해 분할되고 통제되는
과거 19세기의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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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국제담당 차관이 최근 아시안위크지와 가진 대담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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