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새천년 민주당으로 새로 태어나면서 서영훈 제2건국위
상임위원장을 "새 얼굴"로 내세웠다.

이번 총선을 정국안정과 경제회생의 중대한 고비로 보고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권은 서 위원장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기까지 장고를 거듭
했다.

송자 명지대 총장과 김민하 전 한국교총회장, 이만섭 새천년민주당 창준위
공동위원장 등을 놓고 신중히 고민하던 여권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서 위원장의 청렴성 때문.

그는 1950년대 적십자회 직원으로 사회운동에 뛰어든 후 흥사단 이사장과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거쳐 시민운동계의 대표적 명망가가 됐다.

한국시민운동협의회, 나라를 걱정하는 모임, 도산사상연구회, 한국시민단체
협의회 등 시민단체치고 대표나 고문 등으로 그가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1996년에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의 결성을 주도해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모금과 옷보내기 운동에 물꼬를 튼 경력도 갖고 있다.

이처럼 평생을 시민운동과 인도주의 운동단체 활동에 몸바쳐온 그의 이미지
는 어느 누구보다 새로 태어나는 민주당의 위상을 높여줄 것이라는 게 여권의
기대다.

그러나 서 위원장과 현 여권의 관계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는 "서 위원장이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를
이끌면서 이회창 총재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당연히 국민회의가 사과하고 논평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권은 서 위원장을 대표로 내정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민주당의 바람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서 위원장이 "얼굴 마담"에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선거를 앞두고 참신한 이미지를 갖춘 서 위원장을 내세워 가뜩이나 목소리가
커진 시민단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관리형 대표"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 의견은 확고히 말할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기성 정치의 벽을 서 위원장이 얼마나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