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증권시장 "웹스닥"을 최근 개설한 디지탈밸리의 이재득(28) 팀장.

지난해 고려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바로 벤처기업에 몸을 담았다.

이제 직장생활이 1년이 지났지만 정확한 출근시간을 아직 모른다.

회사에서 그냥 자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다.

오전 7시 정도에 열리는 빌딩의 현관문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밤새도록 들락날락할 수 있는 뒷문 "개구멍"을 이용한다.

아침식사는 거의 못 한다.

야식으로 먹은 컵라면과 밤새워 피운 담배로 껄껄해진 목 때문에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기 때문.

매일 점심을 시켜먹는 옆 건물 청림식당의 아줌마는 이제 가족처럼
친근해졌다.

사나흘 밤을 새우면 몸에 이상이 온다.

목이 옆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요즘은 건강도 많이 나빠진 것 같다.

옆자리 서정훈(31) 실장은 얼마전 목이 뻣뻣해져 병원신세를 졌다.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벽에 개구멍을 나와 24시간 성업중인 목욕탕을
찾아 굳어진 몸을 풀었다.

그도 사귀는 아가씨가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 팀장의 달력엔 토요일도 일요일도 모두 검은색.

쉬는 날이 없으니 만날 시간이 없다.

대신 "월요병" 같은건 없다는 장점은 있지만.

E메일로 연락하다 평일에 잠시 짬을 내 2~3시간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군대에 있을 때보다 더하다"는 불평을 여자 친구에게 들었다.

그도 이렇게 밤낮없이 청춘을 보내는게 처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람냄새가 그리워질 때면 회사옆 포장마차를 찾아 술 한잔을 한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벤처의 꿈을 다시 가슴 가득히 마신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컴퓨터를 켠다.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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