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에 부는 M&A(기업인수합병) 바람이 밀레니엄 증시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10일 인터넷 업체인 AOL(아메리카온라인)과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가
1천8백18억달러(약 2백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합병을 선언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그 규모가 세계 M&A역사상 최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 인터넷업체가 자신의 덩치보다 3배나 큰 미디어그룹을 인수한 것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회사의 합병발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최대 장거리전화업체
인 AT&T와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비슷비슷한
형태의 M&A 및 전략적 제휴가 증시의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인터넷과 미디어 콘텐츠업체,
인터넷과 유통업체, 인터넷과 제조업체, 인터넷과 인터넷업체 등이다.

M&A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는 대목도 증시의 관심사다.

국내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인터넷업체 및 정보통신업체의 짝짓기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실장은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선 1인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들 업체간의 사활을 건 M&A나 전략적
제휴가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M&A 재료가 당장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론 증시에서
엄청난 위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세계적 M&A 및 제휴 현황 =AOL은 타임워너와 합병함으로써 2천만명이
이용하는 넷스케이프에 시사잡지(타임) 방송(CNN) 영화(워너브러더스) 음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띄울 수 있게 됐다.

AOL은 덩치를 키우고 콘텐츠를 강화했으며,타임워너는 상품의 온라인 유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제너널모터스(GM)가 AOL의 제휴한 것도 타임워너아 같은 의도다.

GM은 AOL의 인터넷을 통해 자사 승용차를 팔 수 있게 됐다.

포드가 인터넷 선두주자 야후와 업무제휴를 맺은 것도 이에 대한 대응전략
으로 풀이된다.

미디어업체나 제조업체 모두 인터넷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와 인터넷업체와의 "결혼"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야후도 K마트와 손잡았다.

최근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소니 NEC 등 7개회사와 초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기로 했다.

통신업체와 인터넷업체와의 결합은 이미 M&A역사상 고전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넥스텔 BT 컴캐스트 퀄컴등과 이미 제휴 또는 지분출자를
마쳤으며 AOL도 벨 애틀랜틱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 한국의 현황 =국내 인터넷 및 정보기술(IT)업계의 M&A 및 전략적 제휴는
초기단계다.

이동전화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의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초고속인터넷업체인 두루넷이 PC통신업체인 나우콤을 인수하는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접속 및 통신업체인 드림라인은 한글과컴퓨터와 제휴관계를 맺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국내 인터넷업체에 지분출자를 공식선언
했으며 이에 대응해 다음커뮤니케이션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이 연합해
국내 인터넷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향후 M&A 추세는 =국내 인터넷산업은 이제 싹을 틔우고 있어 M&A 폭풍이
일어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산업의 성숙속도가 전통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멀지않아 M&A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정규석 데이콤 사장은 "천리안도 전략적 제휴를 할 콘텐츠업체를 찾고 있다"
며 "국내에서도 인터넷업체를 중심으로 한 M&A 또는 전략적 제휴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업체-콘텐츠업체-통신 및 네트워크업체-제조업체 사이에
다양한 M&A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롬기술과 하나로통신과의 제휴관계처럼 인터넷업체끼리의
제휴관계도 점쳐진다.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포털사이트업체가
군소 인터넷업체를 흡수하는 구도도 배제할 수 없다.


<> M&A테마와 증시전망 =M&A만큼 주가에 위력을 떨치는 재료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A는 기업의 사업내용 및 본질가치를 송두리째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AOL은 수익성이 의심스러운 기업이었지만 AOL타임워너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게 월스트리트의 공통된 평가다.

또한 M&A재료의 폭발적 힘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지난해10월 미국에서 MCI월드가 스프린트와의 결합을 발표했을때 나스닥지수
는 2,800대에서 단숨에 3,000까지 올랐다.

다만 이번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을 발표한 직후 AOL 주가가 15%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M&A의 효과를 의심받았다기 보다는 금리인상 가능성 등 다른 악재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골드만삭스의 에비 조세프 코헨 수석전략가는 "하반기엔 인터넷 업체의
M&A가 본격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주가조정기가 끝나면 정보통신업체의 M&A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 경우 인터넷 및 정보통신주를 중심으로
M&A의 직간접적인 관련주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