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어느날 지하철역에서 나와 집으로 가던중 미끄러져 발이
접질리면서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다른 사람은 안넘어지는데 나만 넘어진 것인만큼 내 부주의를 탓할 수 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보도블록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도블록이 아주 고급스러운 재질로 마치 대리석같은 제품을 쓴 것이었다.

그런데 이 보기좋은 보도블록이 보기와는 달리 눈이 조금만 와도 미끌미끌
하다.

여기에 눈이 내려 녹은 뒤 날씨가 추워져 얼게 되면 문자 그대로 얼음판이
되고 만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조심조심,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보도블록은 튼튼하고 또 약간 오톨도톨한 제품으로 하는 것이 시민
안전보행을 위해서 백번 낫지 않을까 한다.

좋은 보도블록이란 대리석 같은 비싼 재질이 아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보행자들이 넘어질 위험을 느끼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또 좋은 것 깔았다고 훌륭한 도시가 되거나 살기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넘어져 다쳤다고 하는 화풀이가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감안한 재질로 시공했으면 한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만일 민간업체가 자기빌딩 앞 길을 대리석같은 재질로
시공한 구역이 있다면 보행에 안전한 재질의 블록으로 교체케 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웅 <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