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

기술쪽에 눈이 밝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업감각이 탁월한 이도 있다.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최고경영자는 여러 재능을 두루 가지면 좋다.

하지만 팔방미인이 어디 흔한가.

한 가지 능력이라도 제대로 갖추면 된다.

모자라는 부문은 다른 사람과 손을 잡으면 되므로.

국내 벤처기업 현장에서 이같이 두사람의 대표자가 서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는 ''투톱(Two Top) 경영''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과 마케팅을 상호보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술자 출신 대표와 마케팅 전문가 사장이 만나 ''환상적인 짝궁''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통신 및 인터넷 관련 네트워크 업체인 웰링크의 신동환 사장.

지난해 11월께 회사매출이 2백억원을 돌파하자 신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내 역량으로 매출 5백억원대 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었다.

결국 신 사장은 "쌍두마차"로 달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나로통신 기술기획실장(이사)으로 있던 박찬흠씨를 경영 파트너로
맞아들인 것.

박 사장은 데이콤 하나로통신 미디어링크 등 통신업체에서 17년간 경력을
쌓은 한국 네트워크 구축의 산 증인.

두 공동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업력을 갖춘 것이 공통점.

때문에 신 사장은 해외 영업, 박 사장은 국내 영업을 총괄하게 됐다.

두 사장은 각자 대표를 맡은 분야에 대해 전권을 갖고 전적인 책임을 지기로
했다.

추진력이 남다른 박 사장으로선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 벤처기업에서 단기간
에 실력을 발휘했다.

웰링크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공급물량도 늘린 것이다.

박 사장은 또 유선 중심의 사업 부문을 무선 네트워크장비 부문으로 다각화
하고 신규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힘입어 2000년 매출은 5백40억원으로 지난해(2백30억원)보다 2배
가량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장비업체인 한아시스템은 복수 대표제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

지난해 5월 청와대 공보비서관 출신인 박영환씨를 회장으로 영입한 것이
회사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신동주 사장은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박 회장은 총괄 마케팅과 신규사업
분야를 맡았다.

박 회장 영입 이후 마케팅력과 조직력이 대폭 보강되면서 급성장세를 탔다.

지난해 매출이 2백14억원으로 98년(1백억원)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

"기술과 영업의 조화"인 셈.

신 사장은 지인의 소개로 박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한때 YS 측근
이었던 그를 별로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박 회장의 우직한 성품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력을
보고 끌리기 시작했다는 것.

"벤처육성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어린 행동을 보고 회장 자리로 과감히
추대했다"고 신 사장은 말한다.

실제로 박 회장은 30~40대 무렵 벤처사업을 추진한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

내화성 전선피복, 소수력발전소, 인공위성 관련사업 등을 계획하거나
추진했던 것이다.

박 회장은 "돈을 벌지는 못하고 날리기만 하다 보니 늘상 벤처비즈니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며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나모인터랙티브 인터파크 옥션 등 인터넷 벤처기업과 디아이 등 하이테크
중견 기업들에서도 투톱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에는 최근 김흥준 경인양행 사장이 공동대표로 앉았다.

김 사장은 나모를 설립한 박흥호 사장과 함께 창업 공신.

김 사장은 부친의 가업인 경인양행에서 사장으로 일하다 다시 나모로 옮겨간
것이다.

박 사장은 국내, 김 사장은 해외쪽을 맡았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나모가 홈페이지 저작도구인 "웹에디터"의 대히트로 경인양행에 비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 첫째 이유.

무게중심이 갈수록 나모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나모가 코스닥이나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주가총액에서 상장회사인
경인양행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33세인 김 사장으로선 아무래도 염료보다 인터넷 사업에 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데이콤에서 유종리 사장을 새로 영입했다.

유 사장은 창업자인 이기형 사장이 데이콤에서 근무할 당시 모시던 상사.

이 사장은 신규 사업을 맡고 유 사장은 회사 내부를 총괄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삼성물산 출신의 이금룡씨를 사장으로 맞아들였다

프로그래머 출신의 창업자인 오혁 사장은 사내 운영 및 서비스 개발 등 내부
일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전략적 제휴 등 대외 관계 업무를 담당한다.

쌍두마차가 이끄는 투톱경영은 벤처기업계의 새로운 시도다.

벤처기업들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같은 공동경영제는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