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트제조기 일본의 키워드는 ''모빌'' ]

일본 사람들은 히트상품을 만드는 각별한 재주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진공업국으로서 백화점이나 시장에는 다양한 물건이 넘쳐 나지만 국민들
은 여간해선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자신의 고용상태가 불안할 때는 더욱 소비를 기피한다.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게 될까"를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히트상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일본 언론들은 히트상품과 관련된 보도에 높은
비중을 둔다.

경제주간지인 주간다이아몬드 최근호(99년 12월 18일자)는 99년 일본의
히트상품에 대해 등급매기기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개발로 매출액이 올랐다거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정말 시장의 저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는지
검토하는 작업이다.

잡지는 기준으로 삼는 히트의 세 요소로 "고객" "기업" "사회"를 꼽는다.

이는 히트상품이 <>구입한 고객의 생활을 변화시켰는가 <>만들거나 판매한
기업에 활기를 주었는가 <>사회를 풍요로운 방향으로 발전시켰는가 하는
점을 봐서 히트상품을 보다 차별화시킨다는 의미다.

잡지는 또 히트상품은 어떻게 해서 개발해야 하는가를 몇가지 키워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별로 트렌드 타입은 다르다.

예를 들어 사이클타입이 있다.

즉 한 시기에 유행했던 것이 다시 새롭게 유행을 타는 것이다.

건강식품이나 점성술에 관련된 상품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유행한다.

전혀 유래를 알 수 없는 카오스타입도 있다.

둘째 시대의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60년대의 히트상품에서 키워드를 변장이라고 한다면 70년대는
변신이며 80년대는 합체이고 90년대는 변태였다.

분리 독립 재편 네트워크등은 바로 현 시대의 방향을 읽는 핵심 단어들이다.

셋째 왜 히트했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이는 말 그대로 과거 히트상품이 왜 히트했는지를 잘 연구해야 히트상품을
또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넷째 상품의 타입을 검토한다.

과연 이 상품은 대체품인지 보완품인지 상승품(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이 있기 때문에 더 잘 팔리는 관계에 있는 상품)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2000년에 히트상품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잡지는 그것을 10여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모빌이다.

이동식 혹은 휴대형이란 얘기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휴대형은 아니다.

휴대형의 의미도 변화한다.

처음에는 갖고 다닐 수 있는 기기(portable)였지만 최근에는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기기(mobile)가 됐고 앞으로는 몸에 붙이는 기기(wearable)가 된다.

둘째는 사이버 커뮤니티 관련상품.

인터넷상의 커뮤니티(동우회 등)을 지원하는 상품이 개발된다.

셋째 카리스마다.

고객에 영향을 주는 뛰어난 언변을 갖춘 미용사나 점원이 인기를 끄는 것은
불확실성 시대에 카리스마를 찾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보여 준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과 같은 확신에 찬 경영자가 등장할 것이다.

넷째 밀레니엄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없다.

밀레니엄에 관한 이벤트는 지난해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Y2K(컴퓨터의 2000년 인식오류) 문제가 해결된 올해부터 밀레니엄
상품이 본격화된다.

이밖에 투명성,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상품기획, 비즈니스모델 등이
2000년 히트의 키워드로 꼽힌다.

투명성이란 누드컴퓨터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맥(iMac) 컴퓨터와 같은
것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온 사람들
에게 호소력을 가졌던 제품이다.

하나의 컨셉트(개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상품기획에 이용될 수 있다.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상품기획이란 렌털비디오 리스컴퓨터와 같은
식의 사업을 말한다.

현대인들은 직접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떨어진다.

물자가 풍부한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집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고 내 회사를 짓는
것보다 임대빌딩에서 사업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모델은 경영모델에 대비되는 방향에서 사용된다.

한때 경영이론을 마치 보편성 있는 과학으로 인식했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경영은 과학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등장은 주목을 받게 된다.

과연 2000년에는 어떤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할지 관심이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