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는 지금 "제3의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바람은 "일본주식회사"를 다시 굳건히 세우자는 것으로 "21세기 과학기술
입국"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일본은 과거 두차례의 개혁을 통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왔다.

제1의 개혁인 1868년 메이지(명치)유신을 통해 세계 제패의 꿈을 가진
아시아의 대국으로 성장했다면 1945년 패전 후 경제부흥(제2의 개혁) 덕에
일본은 50여년동안 세계적인 경제.기술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려 왔다.

서구 자본주의 조차 일본식 시스템을 연구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버블경제가 와해된 후 일본식 시스템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제3의 개혁"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제3의 개혁에서 핵심 전략은 "총체적 경쟁연구 체제"다.

일본 특유의 산.학.관 협력체제를 다시 가동해 정부는 돈을, 대학은 머리를,
기업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신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전 국토의 테크노밸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학.관 복합체를 전국 곳곳에 만들어 거대한 기술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미야기현 센다이 시에 있는 도호쿠(동북)대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
(니체).

산.학.관 복합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니체는 신산업 창출을 위한 대학과 기업의 공동연구 거점으로 정부의 지원
을 받아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연구분야는 신소재 정보기술 에너지 환경 바이오 등 9개.

모두 21세기 첨단산업으로 주목받는 것들이다.

각 분야별 연구팀이 도호쿠대학에 구성돼 관련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중
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동연구 기업이 소니와 NEC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센다이지역 토착기업들이라는 점.

"지역산업 발전이 곧 국가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취지에서 지역기업들
중심으로 참여시키고 있다"(요츠야나기 니체 소장)는 설명이다.

니체에는 대학이 갖고 있는 기반기술과 기업의 상품화기술을 연계해 주는
별도의 기술이전센터(TLO)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대학의 연구성과를 넘겨 받아 사업화 검토를 거친 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넘겨 주는 기능을 한다.

니체에는 2백28명의 교수진이 참여하고 있다.

학사 및 석.박사과정 학생과 포스트닥 과정까지 포함하면 1천여명에 이른다.

문부성에서 지원받는 자금은 연간 10억엔.

니체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모두 50여건의 기술을 실용화해 제품으로 만들어
냈다.

기술 내용이 우수하다보니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니체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의 주선을 맡고 있는 도호쿠테크노아치의 와타나베 사장은
"과제별로 공모를 통해 참여 기업들을 선발하는데 보통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다"고 말한다.

니체는 또 대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대학측에 교육시스템
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도호쿠대는 현재 공대 신입생 선발 때 대학입시 외에
별도의 응용능력을 테스트한다.

또 대학을 졸업할 때 세계 어디에서나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일본기술자교육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따게 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 4년 내내 니체와 유기적으로 연관돼 실용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적인 기초연구는 대학원 진학 후 해결하면 된다. 졸업 후
기업으로 갈 경우 대부분 해당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다"는게 니시자와
니체 부소장의 설명.

일본에는 니체와 같은 산.학.관 복합체가 전국에 걸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99년 한햇동안에만 모두 30여개가 설립돼 움직이고 있다.

도쿄공업대학을 중심으로 설립된 프런티어 창조공동연구센터도 그 중
하나다.

이 센터의 독특한 점은 산.학.관 코디네이터들이 매일 도쿄공대 안을
돌아다니며 연구자들을 인터뷰한다는 것.

인터뷰의 목적은 사장될지도 모를 연구성과를 캐내 상용화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코디네이터들은 주로 민간기업으로부터 파견된 "테크노 헌터(기술 사냥꾼)"
들이다.

쓸만한 기술이 포착되면 곧바로 기술이전센터를 통해 "언제 어떤 수준에서
상용화가 가능한지"를 타진한다.

해당 기업이 곧바로 기술을 사가거나 특허출원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쓰쿠바 대학에 자리잡은 쓰쿠바 리에이존 연구소도 산.학.관 복합체의 전형
으로 꼽힌다.

이 연구소은 시장 수요를 연구현장에 반영해 다시 시장으로 내놓는 ''연구
성과환원형 연구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상 대학내 연구성과가 곧바로 산업기술로 이어진다.

일본에서 대학이 이처럼 산.학.관 복합체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모든
기술의 뿌리는 대학에서 파생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술의 씨앗(Seeds)은 대학에서 싹튼다. 연구자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부터 제대로 자라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기업과 정부가 대학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쓰카모토 도쿄공대 교수)

< 센다이=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