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구매카드"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구매카드란 어음을 대신해 기업간 자금을 결제하는 수단.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어음처럼 발행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도 선호하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앞으로 기업구매카드시장이 1백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일제히 사업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어음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한다는게 정부의 구상이어서 기업구매카드가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중 기업구매카드 분야에 앞서 있는 곳은 한미은행.

이 은행은 지난해 제일제당 삼성전자 등 25개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천2백억원.

한미은행은 올해 협약대상을 1백개업체로 늘리고 매출액도 1조원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하나은행도 동원산업 LG전선 등 15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매출실적은 3백억원정도.

하나은행은 올해 60개업체와 협약을 맺고 매출액을 2조원으로 늘릴 방침
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대한페인트 등 5개업체와 협약을 맺고 5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조흥 한빛 제일 기업은행 등도 올해중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은캐피탈도 카드업에 진출, 이 분야에 뛰어들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상권 조흥은행 고객부차장은 "거래기업에서 기업구매카드를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문의를 받고 있다"며 "시스템개발을 마치는 3월께부터는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구매카드시장을 둘러싼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선점효과
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이 얻는 수익은 수수료 차원에서 매출액의 0.3-0.5%를 받는 정도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 분야다.

손재환 하나은행 구매카드팀장은 "특정은행의 전용카드를 쓰기 때문에
은행은 단골고객을 잡을 수 있다"며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은행이 유리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민오 한미은행 과장은 "앞으로 기업구매카드가 어음할인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현금흐름이 원활해진데다 인건비 등 관리비 절감효과가
있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