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사용자의 기분에 맞춰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미국 IBM 등이 "감정인식 컴퓨터" 개발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감정인식 컴퓨터는 기분이 변할 때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를 통해 감정을
읽는다.

IBM은 맥박과 체온, 미세한 움직임이나 땀 등을 포착할 수 있는
"감정 마우스"를 연구중이다.

MIT의 미디어랩도 이와 비슷한 마우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마우스는 보통 마우스와 겉모습은 같지만 버튼이 금속으로 돼 있고
측면에 적외선 포트가 있어 손을 통해 신체의 변화를 읽는다.

컴퓨터는 이 정보를 전달받아 사용자의 기분을 파악한다.

1999년에는 사용자에게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물체를 실제로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필(feel) 마우스"가 나와 화제가 됐었다.

필 마우스 내부에는 모터가 달려 있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물체를 클릭하면 모터가 작동해 마우스를 움직임
으로써 손으로 만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다.

IBM은 이미 감정 마우스 초기 모델과 감정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놓고 있다.

사용자가 감정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30분 가량 사용하면 기쁨과 슬픔 분노
등 감정상태에 따른 신체 변화를 측정, 컴퓨터가 사용자의 감정상태를 75%
까지 맞출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이처럼 미리 데이터를 받은 특정인의 기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정확하게
맞춰내지만 일반인에 대해서는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아직 연구단계인 감정 마우스와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컴퓨터의 작동 속도나
컴퓨터 게임이 사용자의 감정상태에 따라 다르게 실행되도록 만들 수 있다.

또 여론이나 시장조사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감정을 측정하는 센서를 이용해 운전자가 졸음운전할 때 자동차가
멈춰서거나 경고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운전자가 공포감을 느낄 때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되도록 하는 운전대나
열쇠고리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려는 "감정인식"은 기술 못지않게 사용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앞에 두고 있다.

사용자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컴퓨터를 "첩자"로 간주한다면 아무도 이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인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감정을 읽어들이는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만 상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가 잴 수 있는 감정은 밖으로 드러나는 것 뿐이며 내면의
모든 감정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처럼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을
읽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