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 사랑의 다리를 놓아 드려요"

사이버 커플 매니저 김수화(22.여)씨.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인터넷팀에서 일하는 그녀는 "사이버 큐피트"다.

"사랑의 화살" 대신 E메일 채팅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청춘남녀의 사랑을
엮어주고 있다.

김수화씨가 하루에 받는 E메일은 평균 30~40통.

인터넷사이트( www.sunoo.com )에 실린 남녀 회원들의 사진을 보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남성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나 원하는 이상형을 선택해
데이트를 신청하는 적극적인 여성들도 많이 늘고 있어요"

그녀의 역할은 E메일을 보낸 구애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선택된" 회원에게
의사를 타진하는 일.

주민등록등본 재직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장난삼아 신청한
만남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런 과정은 대부분 E메일을 통해 이뤄지고 더 자세히 대화할 일이 있을
경우 채팅을 할 때도 있다.

김수화씨는 사이버 커플매니저로서의 자질을 일찍부터 나타냈다.

그녀는 대학시절 "번개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PC통신 채팅을 통해 즉석에서 만남을 가지는 번개 모임을 즐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개를 할 때면 항상 남자가 없어 외로워하는 친구나 후배들을 잘
챙겨 인기가 높았다.

지금까지 김수화씨가 주선한 커플중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모두 17쌍.

그녀가 중개해 만난 커플들이 잘 사귄다는 안부메일을 보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녀는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 것 뿐 아니라 데이트 복장을 추천해주는 등
각종 "지원사격"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데이트를 앞둔 남녀에게 "비가 올 때는 포근한 느낌을 주는
노란색이나 하늘색 옷을 입어라"든가 "화장을 진하게 하면 안된다"는 등의
조언을 해 준다.

김수화씨는 이를 위해 패션 미용사이트나 "아이지아"같은 여성전용
포털사이트에 자주 들러 관련 정보를 얻곤 한다.

여러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하다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데이트 신청 메일을 보낼 때 자기 신상에 대해 자세히 적거든요. 그런데
한번은 낯익은 이름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까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었어요"

더욱 재미있었던 점은 선생님의 메일에 학생들한테 받은 연애편지의 구절
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던 것.

선생님은 아쉽게도 상대방 여자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하지만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정작 그녀
자신은 아직 애인이 없다.

김수화씨는 탤런트 차태현처럼 유머감각이 있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게다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면 금상첨화라고.

"용기있는 사람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과감하게 도전해 보세요"

김수화씨가 새천년 전국 미혼남녀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 송대섭 기자 dsso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