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금리인상 우려 난기류 ]

연초부터 국제금융시장이 난기류에 빠지고 있다.

금리인상 우려로 촉발된 미국주가 불안이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전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변수는 주가와 연계돼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각국의 주가움직임에 따라 국제간 자금흐름이 바뀌고 환율, 금리와 같은
금융가격변수가 결정되고 있다.

새해들어 지금까지는 미국, 아시아 지역에서 이탈된 자금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추세다.

이에따라 유로화 가치도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조짐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금년 한해 동안 국제금융시장의
대세로 자라잡을지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 문제가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읽는데 핵심적인 사안인
만큼 현 시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 회복에 주요인으로 작용했던 세계 증시의 동반상승세
는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은 유동성 장세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금리가 부담이 될 경우 언제든지 불안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세계경제 성장률이 3%대에 근접하면서 자금수요가 왕성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유통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공급면에서는 국제유가, 명목임금의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

그만큼 금리인상 가능성은 커지고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지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별로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현 주가가 적정수준보다 30%정도 과대평가돼 있다는게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의 시각이다.

그는 미국경제의 성장세를 지탱해 나가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통해 어느
정도 거품을 제거해 놓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연 그동안 "낙관"일변도로 쏠려있던 투자가들의 주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흐트러지고 있다.

앞으로 투자가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으로 쏠려서 주가가 상승할지 아니면
"비관"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폭락할지 모르는 기로에 놓여 있다.

일본 주가도 구로다 대장상 재무관과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이 잇달아
거품우려를 제기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엔고를 저지해야 한다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마저 불안하다면 일본으로의 외자유입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물론 미국과 일본시장에 연계된 아시아 증시도 비슷한 운명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면 유럽은 주가과열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직까지 인플레 부담이 적은 데다 유럽통화동맹(EMU)이 출범 2년째를 맞아
정착되면서 전반적인 경쟁격화에 따라 인플레 압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증시가 불안할 경우 안전한 투자처
로 유럽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국제금리가 상승됨에 따라 개별 국가내에서는 투자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미국금리에 대한 연준리(FRB)의 입장과 이에 따른 투자가들의 심리가
정리되지 않는 한 이같은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주 금융변수는 대체로 엔화 가치는 1백4~1백6엔, 유로화 가치는
1.02~1.03달러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리는 주중 미국 재무부의 물가연동채권 발행계획(60억 달러)을 감안할
때 미국과 일본간의 양분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국면에 빠지면 한 나라의 금융정책이
잘 수행되고 있는지 여부가 자동적으로 검증된다.

우리의 경우 그동안 금융정책을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고 공치사하고 있지만
연초에 미국 증시가 불안해지자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주가,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모든 것이 잘돼 있다면 대외환경 변수를 흡수해 나가면서
주가든 환율이든 간에 우리 나름대로의 흐름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이 예측이 가능한 안정된 경제행위를 영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