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에게 아침시간은 항상 바쁘다.

식구들에게 아침밥을 지어 먹이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샌드위치로 떼우려 해도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허둥대기 일쑤다.

독신자들에겐 아침이든 저녁이든 간단치 않다.

날마다 한두차례 밥을 지어 먹으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가정요리 대체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 )이 21세기에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MR란 집에서 먹는 내식과 밖에서 먹는 외식의 중간 개념.

즉 밖에서 조리되거나 가공된 먹거리를 구입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먹는
음식이다.

90년대에 급속히 확산된 테이크아웃 도시락전문점을 생각하면 HMR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HMR는 완전히 조리된 음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조리돼 있어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데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가공요리라든지, 곧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다듬어진 식자재도
HMR에 포함된다.

21세기 소비자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때로는 완전조리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하고 때로는 반가공요리나 식자재를 구입해 입맛대로 조리해
먹게 된다.

HMR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편의점이나 음식택배업이 각광받게 된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아무때나 HMR를 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식자재를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사업도 전망이 밝다.

퇴근시간에 맞춰 4인 가족 한끼용 고등어조림 식자재를 가정까지 배달해
준다면 주부는 인기 드라마 방영시간에 싱크대 앞에 서서 고등어 배를 가르고
무를 다듬을 필요가 없게 된다.

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도 갈수록 인기를 끌 전망이다.

도시락이나 커피 뿐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점들의 테이크아웃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MR가 보편화되면 업종간 기업간 제휴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HMR를 팔려면 소비자의 요구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유통과정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외식업체들의 조리 노하우와 유통업체의 판매 노하우,
택배업체의 택배 노하우, 식품업체의 가공기술 등을 한데 묶으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흔히 어머니의 "손맛"이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에겐 "손맛"을 발휘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까닭에 21세기에는 HMR가 큰 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