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브랜드란 유행을 리드하는 한편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품을
말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프라다 구치 등이 20세기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며 여성들을 열광시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내에도 타임 데코 오브제 스포츠 리플레이 등 기라성 같은 패션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미 반년전 올 봄 상품기획을 시작했으며 지난 겨울 내내 생산을
마쳤다.

이제 매장에 선보일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외 베스트 브랜드가 예측한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는 올봄 패션경향은
어떤 것일까.

또 어떤 스타일을 제안했을까.

스포츠젠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20대 초반 패션리더들을 사로잡고
있는 XIX는 춘하시즌 테마를 "그루비 모즈 60"s(Grovy Mods 60''s)"로 준비
했다.

그루비는 60년대말 젊은이들의 문화와 패션을 특징짓는 단어로 모던하면서도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모즈 또한 60년대 영국풍을 말한다.

좁은 바지통과 잘록하게 허리가 들어간 재킷 등 초기 비틀스의 댄디하고
샤프한 모습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키워드를 바탕으로 타이트한 블라우스와 테일러드 재킷, 무릎 길이의
스커트 등 60년대의 팝아트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의상들을 선보일 계획
이다.

또 롤링스톤의 캐주얼하면서도 스타일있는 옷차림도 XIX에서 재현된다.

옛날 런던골목 스타일보다는 좀더 여성적인 모드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펜디와 질샌더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옆으로 긴 바케트 백이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작년 내내 패션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펜디.

올해는 옷이 가방 만큼이나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펜디컬렉션은 바이어와 기자들로부터 "집시풍인
보헤미안 룩을 미래적으로 해석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집시옷 특유의 레이스와 천이 너덜거리는 느낌을 얇은 시폰 천을 자유롭게
매치시켜 되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잃지 않았다는 평가다.

질샌더 또한 얇은 소재가 겹친 부드러움을 표현했다.

특히 빛바랜 듯한 하와이언 꽃 프린트의 셔츠와 치마는 이미 올 여름 인기
디자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질샌더의 꽃프린트를 흉내낸 디자인이 여성복 매장을 휩쓸 것이라고 전문가
들은 내다봤다.

역시 이 시대 패션계에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프라다는 한층 더
클래식한 변화를 보여 줬다.

몸에 꼭 맞는 니트카디건과 바람에 날리는 시폰 드레스, 러플 달린 블라우스
가 주목받은 아이템들이다.

"그동안 프라다가 내세운 도전정신보다는 따뜻한 인간애가 강조된 디자인"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유롭고 멋스런 캐주얼을 입고 싶다면 신규브랜드 써어스데이 아일랜드
(Thursday Island)를 주목할 만하다.

이 브랜드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편안함을 따르고 있지만 우리 눈에 익숙한
힙합풍의 옷도, 폴로식 준귀족 스타일의 옷도 아니다.

정교한 스톤워시와 효소처리를 통해 중고옷처럼 낡게 처리한 셔츠와 팬츠가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내는데 주력했다.

패션계는 자연과 정신세계, 심리적 안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젊은이들에게 이 옷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 어필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