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과 여성'' - 미래사회는 여성이 중심 ]

배금자 < 변호사 >

뉴 밀레니엄은 디지털, 첨단기술, 정보통신, 지식사회, 여성중심이라는
물결과 함께 다가왔다.

필자는 이 가운데 "여성중심"이라는 말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자가 중심이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세상은 여전히 남성중심이고, 지위
권력 경제력 지식 등 지배층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은 남성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똑똑한 여성 몇 사람이 유엔의 인권고등판무관, 수상, 최고경영자, 국회의원
장관이 되었다고해서 그 사회전체가 여성중심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변화의 큰 징표이고,촉진제가 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가정안에서만 살아왔던 여성들이 산업혁명과 함께
19세기부터 일자리를 가지면서 변화는 일기 시작했다.

그 이후 불과 1세기만에 이룩한 여성해방의 업적은 가히 눈부시다.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을 향한 역사는 여성들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투쟁으로
얻어낸 것이다.

오늘날 서구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선구자적 정신으로 노력했다.

서구여성들도 1920년대 이전까지는 투표권이 없었다.

투표권을 하나 얻는데도 여성들은 방화, 투석, 분신 자살이나 감옥도
불사하는 투쟁을 해야했다.

이들도 60년대에 들어와서야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업에 종사하고,
이혼후 자녀 양육권, 재산관리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은 임신, 출산, 양육 등 육체와 관련된 운명으로부터 해방되는데도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

남성중심적 문화와 법은 피임할 자유도, 낙태할 자유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여성들은 70년대가 되어서야 법정투쟁을 통해 이런 권리를 획득했다.

성차별 금지, 직장내 성희롱 금지 등의 제도도 수많은 성차별 소송을 통해
이룩한 업적이다.

지금 서구여성들은 성역할과 관련된 고정관념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상 전투조종사, 우주비행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등 여성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은 하나도 없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여성들은 서구여성이 먼저 이룩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

투표권, 남녀차별금지, 육아휴직, 성희롱 금지 등의 제도를 법제화할 때
서구모델은 모범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법은 쉽게 만들 수 있어도
뿌리 깊은 여성차별 문화와 성차별 의식은 바꾸기 힘들다는데 있다.

특히 이슬람 국가의 여성 상황은 끔찍하다.

쿠웨이트는 아직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주지 않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 혼자서는 외출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여성문제는 단순히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습, 종교, 전통 등 의식체계의 전반을 바꾸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 등 남녀차별철폐를 위한 선진국 수준의 법이 제정되어 있어도 우리
사회는 아직 남성중심적이다.

남성 중심적 호주제가 살아 있고, 직장에서의 여성차별은 여전하다.

관리직 전문직 종사 여성비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여성노동력은
저소득, 단순 하위직에 머물러 있다.

결혼, 가족제도, 재산명의 등 각종 제도에서도 여전히 여자들은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양질의 인적 자본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시대다.

특히 미래의 지식 정보산업은 여성들의 섬세함이 더욱 우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그렇다면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이 첨단지식인,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여성들도 낡은 껍질과 잘못된 틀을 깨면서, 실력을 다지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을 배양해야한다.

새 천년에도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역사의 물줄기는 달라졌다.

남녀평등은 이제 여성들만의 구호가 아니다.

지성과 양심을 가진 세계인들이 남녀를 떠나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인류의 숭고한 목표다.

한국 남성들도 이런 세계사적 조류를 인식하고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