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지배하는 국가가 21세기 세계를 지배한다"

미국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나오는 문구다.

미국은 지난 90년대초반 시작된 신경제의 근원을 기술에서 찾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21세기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활양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세기의 과학기술이 냉전 체제 하에서 미.소간의 무기경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탈냉전시대인 21세기 과학기술은 우리 삶과 밀접한 생명공학
과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지 메이슨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21세기의 과학기술중 가장 주목
되는 것은 생명공학 분야의 혁명적인 발전"이라면서 "유전자 조작이나 의약품
개발 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전될런지는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임경순 교수는 "20세기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변되는
물리과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유전자로 대변되는 생명과학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원동력은 인간유전자 지도의 해석이 될 것이다.

인간이 유전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20년도 채 안됐다.

이 짧은 기간에 생명공학 기술은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풀어헤치고 유전자
조작의 단계로까지 나가고 있다.

2002년께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생명현상의 비밀이 밝혀지고 이를
이용한 각종 응용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5년안에 인류는 5천여종에 달하는 유전병중 3분의 1을 치료할
수 있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간의 장기도 쉽게 바꾸고 유용한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수 있다.

생명공학 기술은 또 디지털 환경 농업 등의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전기가 된다.

생명공학이 "21세기 원천기술"로 각광을 받는 이유다.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도 사회체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미래사회가 정보화사회를 넘어 "탈정보화
사회"로 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가 말하는 "탈정보화"가 담고 있는 의미는 진정한 개인의 출현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는 개인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만을
조합해서 이용할 수 있는 개인의 시대가 온다는 것.

정보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는 개인들의 집합체라는 이상향이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 주고 수평적 민주주의
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밖에 물질이나 기계를 분자 혹은 원자의 크기로 만드는 신기술인
나노테크,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초전도 기술, 정보저장 능력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광학기술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들은 다른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데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재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프랑스 사상가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재앙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아탈리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서
거꾸로 인간의 삶을 위협할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노동의 종언"과 "엔트로피"로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은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실업의 고통만을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21세기가 가기전에 선진국의 기업은 더 이상 종업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러프킨은 과거의 기술이 제조업만을 자동화했지만 정보기술은 서비스 업종
을 포함한 모든 업종을 자동화함으로써 대부분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영국의 헤미시 멕레이 같은 학자는 "중요한 것은 기술의 개발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응용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것은 그
사회가 기술을 이용해 어떤 사회적 행동을 형성해 나가고자 하는 의사를
지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외대 박성래 교수는 "21세기 기술혁명이 가져다 주는 부의 증대가
사회적 형평성이나 가치와 조화를 이루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
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