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간 협력은 꼭 무역이나 직접투자, 기술제휴같은 경제협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협조나
문화교류 등 다방면으로 협력가능성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이
이같은 노력을 돕는 수단이 될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금융통화정책 전문가인 소르본 대학
의 크리스티앙 드 봐시외 교수는 아시아-유럽간 협력이 노인복지 문제나
대외문화정책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럽단일통화인 유로출범과 인터넷 발달 등의 급속한 환경의
변화가 양 대륙간 협력을 돕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적절히 이용
하라고 권고했다.

드 봐시외 교수를 만나 아시아 유럽의 협력방안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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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여타 지역(국가)들과는 달리 지나치게 역내 교역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의 역내 교역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유럽국가들의 교역액중 60% 가량은 역내교역이 차지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근접성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다.

역내교역이 많은 것은 아시아나 북미대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를 보자면 역내교역 규모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역내 교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세계화의 물결에 역행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폐쇄적 사고방식으로 지역 내에만 안주한다면 물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국제사회에서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역내 교역과 함께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계속해 나간다면 역동적인
글로벌리제이션이 가능하다고 본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경제, 금융, 통화, 문화, 학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교류를 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간 상호관계는 다차원적(Multi dimensional)이라고 볼 수
있다"

-1997년이후 아시아국가들이 혹독한 외환위기를 겪은 것처럼 유럽도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었다.

경제교류를 위해서는 경제회복이 우선이다.

양 대륙의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나는 올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지난해 놀랄만한 성장세를 기록한데 이어 앞으로도
5년간은 지속적인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 99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따라서 2000년은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 힘찬 발걸음 내딛는 희망찬 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양대륙의 협력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건설적인 한해가 되리라 보고
있다.

교역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최근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은 10년전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4배로 증가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협력은 대단히 희망적이다"

-양 지역간의 투자 전망은 어떤가.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가 동시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교역량은 물론 상호
직접투자도 확대될 것이다.

유럽기업의 대 아시아 투자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쩍
늘었다.

그렇다고 아시아 기업의 대유럽 투자가 위축되는 역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해외 투자지역으로 미국과 아시아 뿐만 아니라 동유럽
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폴란드에의 투자가 많다.

지난해 1~10월간 한국의 대 유럽 직접투자중 절반이 폴란드에서 이뤄졌다.

한국기업들의 폴란드에 대한 투자는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중.장기적 정책으로 생각된다"

-21세기의 화두로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자유화 뿐 아니라 자유무역의 확대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은 양 대륙간 교역확대와 협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따라 자연스럽게 원거리 무역이 발달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와 유럽간의 교역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주변 근접서비스를 소홀히 하면서 멀리 떨어진
시장개척에만 신경쓰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역내 교역을 더욱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교류가 거의 없었던 국가 등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간의 교역 채널을 트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거래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무시하고 재래식 방법으로
지역상권에만 머물러서는 새로운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간 협력의 장을 더욱 넓힐 수있는 방안은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시아와 유럽간의 교류확대를 위해서는 무역이나 직접투자, 기술제휴같은
경제분야만의 협력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협조를 비롯해 우호증진과
상호 이해를 돕는 문화교류 등 많은 분야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장기적 정책을 서로 협조하면서 수립
하는 점 등을 들 수있다.

고령화 문제는 비록 문제 대두 시점과 정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아시아와
유럽이 다함께 대비해야 하는 문제다.

이는 집권정당의 정강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하고 안하고 할 수 있는 문제
가 아니다.

현재 고령화가 진행되는 추세를 볼 때 기존 국민연금제도 및 의료보험
시스템의 효율성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이는 이제 더 이상 일부 특정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 신흥국가 모두 함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문화 분야의 협력 가능성은 어떤가.

"그 분야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호간 문화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예술및 학술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언어적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간 문화교류는 타 지역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우리들의 것만
강조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세계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점에 있어서 유럽은 아시아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아시아가 미국과 문화적 교류를 유지하면서 유럽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개방적 태도는 참 대단하다.

또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때에 따라서는 생활의 지혜로 한발 뒤로
물러서 생각하는 여유를 아는 아시아인의 철학도 유럽인이 본받아야 할
것들 중의 하나다.

이처럼 문화적 교류를 통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전통적 가치와 지혜같은 무형의 재산도 습득할 수 있다"

-지난해 출범한 유로화는 양지역의 교류확대에 플러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

유로화는 아시아와 유럽의 관계증진을 위한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유로화는 미 달러화를 밀어내고 세계 제1의 통화가 되겠다는 야심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경제교류를 보다 원만하고 활발히 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유로화가 양지역의 교류확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란
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단일통화라든가 경제공동체를 갖고 있지 않다.

세계경제권이 블록화돼 가는 추세 속에서 이것이 앞으로의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되지는 않겠는가.

"유럽은 이미 20세기 중반기부터 같은 지역적 뿌리를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사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유럽경제공동체 창설이었으며 단일통화 출범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는 비록 지금의 유럽처럼 공동경제권이나 단일통화 같은 시스템은
없을지라도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해 지역적 뿌리를 만들고 동시에 타지역권
에 대한 적극성을 갖는다면 균형있는 세계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를 맞아 아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에 못지 않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믿는다"

< 대담=강혜구 파리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