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심장과 간을 싱싱한 것으로 바꾼다"

새천년에는 가능한 일이다.

생명공학 기술은 돼지나 쥐등에서 만들어진 장기를 인체에 적합한 장기로
실용화할 전망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막연히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게 생산된
값싼 인공장기를 이식해 활력있는 삶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99년초 한국화학연구소 이해방 박사팀이 쥐에서 인간의 귀와 코모양의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이같은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이 연구팀의 성과는 조직공학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인공장기 개발이었다.

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은 두번째 인공 코 개발이었고 귀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번째였다.

이 박사가 사용한 것은 귀 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는 방법.

먼저 토끼의 귀 연골세포를 분리해 귀모양의 형틀에서 자라게 해 인공 귀를
만들었다.

생체에서 녹는 폴리글리콜라이드(PGA) 중합체로 만들어진 형틀에서 자라난
귀 연골세포를 쥐에 이식했더니 형틀은 녹고 귀만 남았다.

쥐에 귀를 이식한지 4주후에 면역체계가 거부하는지 확인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는 인간에서 채취한 귀 세포를 형틀에서 배양해 인공귀를 만들어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피부 췌장 심장 혈관 간 방광등 모든 장기를 인공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초기술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기술이 개발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인공장기는 금속,
세라믹, 실리콘등의 소재를 사용해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것 들이었다.

생명공학 기술이 부족해 생체에서 인공장기를 생산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대신 전기적으로 움직이는 인공심장, 세라믹으로 만든 인공관절, 실리콘으로
생산한 인공피부 등이 사용됐다.

인공간 인공혈액 인공혈관 인공눈 인공척수 등은 기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이에따라 장기가 손상된 환자들은 뇌사자 등이 기증하는 장기를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1997년 현재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국내에서만 1만2천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은 1백70여건에 그쳤다.

신장 환자들이 뇌사자의 신장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백년하청이었다.

그러나 생명복제 기술은 "기계" 수준의 인공장기를 "생체"와 같은 수준으로
한차원 끌어올려 놓았다.

뇌사자를 기다리지 않아도 필요한 때 장기를 교환할 수 있는 날이 멀지않은
셈이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만들어진 장기는 면역체계의 거부현상만 제거하면 평생
동안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생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부작용이 잦고 마모됐을때 교체해야하는 기계적
인 인공장기에 비할바가 아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간질환이나 백혈병 등으로 생명을 잃고 시력장애로
고생해야 하는 불행을 겪지 않아도 된다.

생명공학의 발전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이내 돼지나 쥐 등에서 생산된 인공
장기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생체에서 만들어진 인공심장의 경우 미국 토론토대학이 2010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심장세포를 배양해 인공심장을 만들 계획이다.

1999년말에는 카나다 오타와대학에서 세포를 배양해 인공각막을 만들어냈다.

인공간의 경우 건강한 간세포를 환자의 간에 이식,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실용화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인공피부는 화상등으로 피부를 손상당한 환자에 피부세포를 이식, 재생
시키는 연구가 미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는 2003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인간게놈프로젝트도 인공장기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체세포를 이용해 양 젖소 염소 등을 복제하는 기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확립
됐다.

이에따라 인간의 장기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 이 유전자를 이들
동물의 핵에 배양한후 복제해내면 필요한 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

"맞춤장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이를 놓고 한국이 인공장기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나설 수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대부분의 인공장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기술진이 새천년에 세계의
모든 환자들이 싸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개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