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2003년까지 인간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내고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암 등의 질병은 빠르면 2007년께 정복한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간게놈(Human Genome) 프로젝트''의 목표다.

역사를 관통하며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각종 질병을 근본적으로
퇴치해 새천년을 ''헬스토피아(Healthtopia)''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이 보유한 22쌍의 상염색체와 X,Y로 표현되는
성염색체 등에 포함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염색체는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은 유전자들의
다발이다.

유전자는 네가지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의 배열 순서에 따라
독특한 기능을 갖게 된다.

이에따라 염색체내 기능유전자를 찾아내고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혀내
일종의 "유전자 지도"를 확보하면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질병을 쉽게 확인
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불치병을 퇴치할 수 있는 본격적인 "의료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인 만큼
기술을 확보한 국가에 엄청난 부를 약속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3강이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먼저 그려내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유전자지도가 완성될 날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22번 염색체의 유전자지도가 완성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
했다.

주역은 영국 생거센터 등 5개국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국제연구팀.

22번 염색체는 23쌍의 염색체중 21번 다음으로 가장 작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포함하고 있는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광범위한 질병과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중요한 염색체다.

여기에는 기능을 가진 5백45개, 휴면상태인 1백34개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체계에 이상이 발생하고 심장병이나
정신장애 백혈병과 같은 암 등이 발병한다.

정신분열증도 22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22번 염색체의 유전자지도 완성으로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유향숙 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연구단장은 나머지 염색체의 유전자지도를
조속히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질병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파악한 뒤에는 여기에 숨겨져 있는 생명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22번 염색체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했던 영국 생거센터의 이언던햄 박사도
이제부터 유전자들의 기능을 알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 4개의 염기가 배열돼 있는 30억개의
염기서열중 기능유전자 부분을 확인하고 각 유전자내 염기서열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위해 상대적으로 유전자 크기가 작은 동물이나 식물 미생물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중 염기서열이 인간의 것과 비슷한 부분을 조작해
변화를 관찰하면 쉽게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유전자내 특정 염기서열의 기능도 곧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연구에 우리나라와 일본 등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억달러 이상을 퍼부으며 인간 염색체 유전자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미국
등에 대항하기 보다 이미 그려진 지도에서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늦어도 2003년까지 인간 염색체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각국은 경쟁적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고 질병 퇴치에 나설 계획이다.

개발자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약속하고 인류에게 축복이 될 획기적인 질병
치료법이 잇달아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천년에 사용한 질병 치료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질병 퇴치법
을 만들겠다는 인간게놈프로젝트.

건강 천년을 약속하는 인류의 희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