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연 영원히 질병을 걱정하지 않고 살수 있는가''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유사 이래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상당한
결실을 거두었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에 비례해 각종 질병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 왔다.

하나의 질병을 정복하면 어김없이 또 다른 질환이 나타나 인간에 숙제를
던졌던게 지금까지의 양자간 관계였다.

이렇게 볼때 인간과 질병과의 쫓고 쫓기는 각축전은 뉴 밀레니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질병이 자신이 나설 때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난 9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98년 한햇동안 세계에서 5천3백92만여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세균 등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1천6백여만명.

새천년에도 질병이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남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류를 괴롭힌 대표적인 전염병은 나병 흑사병 매독 천연두 결핵 콜레라
말라리아 에이즈 등으로 대표된다.

이 역병들은 지역간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나병은 중세 십자군전쟁 때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와
13세기까지 위세를 떨쳤다.

흑사병은 14세기에 유럽인구의 3분1을 숨지게 한 원인모를 천형이었다.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겨지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전염병이다.

유럽에 매춘이 성행했던 16세기에는 매독이 군인들 사이에 창궐했다.

유럽이 매독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중 90% 가까운 9천여만명
이 스페인에서 넘어온 천연두로 사망했다.

제너가 1798년 종두법을 개발한 이후 천연두는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공식적으로 사라진 질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결핵은 최근 2백년간 10억이 넘는 인구를 사망시킨 역병이다.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차츰 사라지는듯 했으나 다시 증가해 현재 2천여만명
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콜레라와 말라리아는 18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말라리아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인구는 WHO 추정치로 24억명에 달한다.

20세기 최후의 역병으로 불리는 에이즈는 1980년 발견된 이후 98년말까지
3천3백40여만명이 감염돼 1천3백90여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반격은 1909년 세계
최초의 화학제제로 매독을 치료하기 위한 살바르산이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1928년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개발하면서 인류는 역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정면으로 맞섰다.

1940년대에는 천연두 등에 대한 백신이 등장하면서 희생자가 급격히 감소
했다.

이같은 연이은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로 20세기초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8백명선이었던 역병 사망자가 1960년대 들어 40명선으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들어 약물의 오남용, 에이즈 창궐, 신종 전염병의 등장
으로 인류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도 에이즈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특효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항생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서 세균들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됐다.

개발 당시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던 페니실린은 이제 일부 구균에 대해서는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 강력한 항생제가 있어야 치료할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는 인간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림으로써 감기나 결핵 등에 쉽게
걸리도록 하고 있다.

결핵의 재등장도 에이즈의 만연에 따른 것이다.

에볼라 등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질병 들도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천년에도 과거에 볼 수 없던 강력한 전염병이 끊임없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인병도 인류에게는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이다.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식생활이 변하고 운동량이 적어지면서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비만 등으로 인해 숨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의료보험연합회에 따르면 1986년에는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인한 국내 진료건수가 13만4천여건에 불과했으나 12년만인 98년에는
3백39만7천여건에 달했다.

인류가 지난 천년동안 전염병과 전쟁을 벌였다면 새 천년에는 전염병과
성인병이라는 이중의 적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