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노사문제에서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설립 이후 10여년간 강성 일변도이던 서울지하철공사의 노조가 무파업
선언을 하는 등 온건 노선으로 돌아섰고 LG전자의 노사도 임협 및 단협에서
대기업으로는 올 처음으로 원만하고 산뜻하게 합의를 이뤄냈다.

재계는 물론 정부도 지난 연말 때아닌 장기 동투를 벌였던 노동계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더욱 과격한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에 젖어있던
터라 노사갈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상당히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최근 1천6백여명 감원, 근무형태의 강화, 임금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및 임단협 안에 잠정 합의하고 시민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운행시간을 연장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과거 강경투쟁을 주도해온 노조위원장은 "극한 투쟁으로는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왕따만 당한다"며 "파업을 전제로 한 기존의 "벼랑 끝
협상"을 지양하고 성실교섭의 원칙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무파업을
선언했다.

아직껏 무시하기 힘든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합리적 결단을 내린 용기와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임단협을 순조롭게 체결한 LG전자의 노조위원장도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조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근로조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조기 타결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둘 다 대립을 버리고 상생을 택함으로써 노사가 모두 이긴 윈윈 게임으로,
건전한 노사문화의 정착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변화
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른 기업의 노사에도 타산지석이 됨으로써 투쟁과 반목 등 적대적이고
살벌한 일들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바람직한 현상이 널리 퍼져나가려면 노동운동과 관련된 제도의 정비,
사용자의 노력, 노조원과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계속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가 정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긍정적 변화가
널리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사측의 잘못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물론 급한 불을 끄겠다는 단기 실적에
연연해 사용자에게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도 노조의 합리적인 요구는 적극 수용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 노조를 납득시키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노동계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노동운동이 기업의욕을 부추김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