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대재앙의 위협에 떨고 있다.

인류를 통해 집어삼킬 기세다.

기상이변 지진 홍수 전쟁 기아 환경호르몬 등 갖가지 징후가 도사리고 있다.

수만명의 생명을 단번에 앗아간 터키와 대만의 대지진은 앞으로 전지구를
통째로 흔들어 놓아버릴 지진의 전초일뿐이라고 지질학자들은 지적한다.

대지진의 여파로 5대양6대주가 어떻게 찢어지고 붙을지도 모른다.

20세기말에 빈발했던 대홍수도 인류의 발밑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 물난리와 베네수엘라 대홍수는 21세기에 물의 위협이 더욱 거셀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유럽을 강타한 시속 2백10km 이상의 강풍은 자연재해가
인류의 ''과일과 곡식''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대재앙은 차라리 위안이 될 지 모른다.

환경호르몬은 흔적도 없이 인류의 목을 죄고 있다.

문명충돌과 전쟁 분쟁은 언제 국제전의 양상을 띨지 모르고 발화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발칸 러시아를 거쳐 인도 한반도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포성이
멎질 않고 있다.

20세기 산업화의 후유증은 21세기를 괴롭히는 또다른 재앙인자다.

화학물질 배출로 묵과 대기가 오염된지 오래다.

이제는 맑은 공기를 마시는 대가로 공기세를 내야할 판이다.

정자의 수가 줄어드는 인류, 기형아가 다반사의 인류, 오염에 신음하는
지구, 21세기는 인류에게 위기 그 자체다.

지구촌에 "천재지변 경계령"이 떨어졌다.

과거에는 수십 수백년의 시차를 두고 이따금씩 발생하곤 했던 대재앙이
최근 들어서는 일년이 멀다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가뭄과 폭염이 대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지구 저 건너편에서는
지진과 홍수가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흘려보내고 있다.

재산피해의 규모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다.

인간은 자연의 "자연스럽지 않음"앞에 완벽하게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엄의 전환에 즈음해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대재앙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기상이변을 그 주범으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만변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표면 온도는 1900년 0.1도 수준에서 1999년에는 1도로 1백년만에
10배 상승했다.

영국 기상청 산하 하들리 연구센터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가 2060년대에는 2~3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경우 나타나게 될 천재지변의 형태와 파급효과는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 대지진 =지난해 1월 콜롬비아를 신호탄으로 그리스 대만 터키 멕시코
등에 잇따라 강진이 발생했다.

참사 현장은 그대로 전세계에 전해지면서 종래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역에까지 지진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때맞춰 미 뉴욕타임스지는 지각판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로스엔젤레스나
도쿄, 마닐라 등 인구밀집 거대 도시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때는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낳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더 끔찍한 대재앙의 전주곡이라며 "종말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 빙하 해체 =지구 온난화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해 서부 북극권이 지구의 다른 지역
보다 최소 두배 이상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지난 78년부터
94년까지 북극바다 유빙군 가운데 5% 가량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남극 주변의 기온도 지구 평균온도보다 5배나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제환경단체들은 해수면이 현재보다 50cm 가량 높아지면 육지면적의
3분의1 정도가 물에 잠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섬의 침수 =남태평양의 섬들이 하나 둘씩 물에 잠겨가고 있다.

그동안 유엔과 환경단체들이 지적해오던 "수몰 시나리오"가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 키리바시에서는 어민들이 항해길잡이로 이용하던 테부아타라와섬이
사라졌다고 AFP통신이 남태평양 지역환경프로그램(SPREP)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투발루의 테푸카 사빌리빌리섬의 코코넛 야자수와 모래사장도 바닷물에
잠겼다.

키리바시, 투발루외에 마셜제도의 나머지 섬에서도 묘지와 성지들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 대홍수 =중국은 이상기후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중 하나다.

98년 5월께 54년만의 대홍수로 3천여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듬해 5월에도 후베이 후난 저장성 등에 폭우가 쏟아져 양쯔강 경계수위를
단숨에 넘어섰다.

중국 기상당국은 이 지역의 당시 총강우량이 예년의 3.6배, 1년 전체
강우량의 64%에 달했다고 밝혔다.

독일 남부와 남미 페루에도 35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베네수엘라
에서도 12월 사상 최악의 홍수와 산사태로 2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여름 비가 내리지 않은 "마른장마" 현상을 보이다 7월말
부터 올가(OLGA), 폴(PAUL) 등 태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인명
재산피해를 입었다.

<> 폭염.가뭄 =기상이변은 대홍수와 반대로 폭염과 가뭄도 낳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은 폭염으로 그 어느해보다 힘든 세기말을 보냈다.

러시아는 6월께 35도, 미국 뉴욕과 필라델피아 워싱턴 등은 38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이처럼 살인적인 더위로 인명피해는 물론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집계할 수 없는 경제적 피해를 당했다.

이란에는 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북부 길란지역의 경우 6천ha 이상의 논이 바짝 마르고 전국의 저수지는
대부분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대화재도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동남 아시아 광대한 지역을 "연기
재앙"으로 뒤덮었다.

<> 산성비 환경오염 =대기오염으로 나타난 산성비는 생물 삼림 토양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경우 이미 절반 이상의 삼림이 산성비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건축물의 부식도 심각하다.

로마의 시스틴예배당,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멕시코와 이집트의 문물 등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산성비로 인해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도 사라지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남벌과 기상이변으로 매년 20억~30억t의 온실가스를
흡수해주던 숲이 2050년대가 되면 연간 20억t의 온실가스 배출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충격을 던졌다.

열대수림이 파괴되면 토양 속에 있던 수분이 사라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기후까지 변화시킨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