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즐기던 회사원 김모(29)씨는 우연히 비디오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다.

1백여년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오손웰스의
"시민 케인"을 발견한 김씨는 기쁜 마음으로 주문메뉴를 클릭했다.

김씨가 이 비디오를 사기 위해 사용한 것은 현금도 신용카드도 아닌
전자화폐.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돈 "사이버 머니"다.

전자화폐가 인터넷 경제의 새로운 지불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화폐는 일종의 스마트카드 형태로 IC(집적회로)칩에 돈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신용카드보다 안전하고 온라인 송금보다 편리하다.

전자화폐는 인터넷 경제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는 인터넷에서 뿐만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전자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화폐는 인터넷 열기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전화카드처럼 미리 돈을 내고 그 액수만큼만 쓸 수 있는 선불카드 형태의
전자화폐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전자화폐만 줄잡아 10여가지다.

이코인은 네띠앙 M4YOU 팍스넷 네오넷 등 12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
"이코인"을 선보였다.

생활용품전문상점인 애니카드도 전자화폐 "애니카드"를 내놓았다.

애니카드는 현재 골드뱅같은 대형쇼핑몰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음악전문사이트 렛츠뮤직을 운영하는 나눔기술은 MP3음악파일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이민트"를 판매하고 있다.

바람소프트는 자사의 쇼핑검색사이트에 가입한 50여개 중소형 쇼핑몰에서
쓸 수 있는 "이지캐시", 데이콤은 전화선불카드에 전자화폐기능을 추가한
"사이버패스"를 내놓기로 했다.

데이콤의 사이버패스는 데이콤이 제공하는 결제시스템을 쓰고 있는
1천7백여 쇼핑몰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전자화폐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 은행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자화폐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국내에서 전자화폐가 첫번째로 사용되는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K-Cash"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전자화폐는 역삼동에 있는 가맹점들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돈이 떨어지면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충전한다.

한편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전자화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자화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화폐의 표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처럼 수많은 회사가 따로따로 전자화폐를 만들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다.

막상 소비자가 상품을 사려는 곳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전자화폐를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표준이 정해져 인터넷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의 상품을
마우스를 클릭해 살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전자화폐 시대가
열릴 것이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