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의 키워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범위의 경제다.

거대한 자본과 대규모 제조설비를 바탕으로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내던
제조업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인터넷을 통해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리얼타임으로 다양한 제품과 가격
정보를 비교, 분석해내는 강력한 전자상거래업체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뒤늦게 인터넷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미 사이버 공간을 꿰차고 있는 이들
기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외국기업간 전자상거래인 인터넷 무역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제품정보를 전세계 바이어와 셀러에게 퍼뜨려 거래선을 발굴하는
시대다.

인터넷은 우선 무역전선을 무한대로 확대시키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세계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정확한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능력이 최우선이 돼버렸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장에서 바이어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게임은 끝이다.

고정된 지역을 관리하는 에이전트십을 운영하던 기업들도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토털 마케터로 역할이 바뀌었다.

무역전쟁의 첨병인 상사맨의 필수품도 서류가 가득찬 무거운 007가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제품 정보에서부터 거래선, 지역, 금융, 물류정보까지
실시간으로 검색해내는 노트북으로 바뀐지 오래다.

화려한 언어구사력과 탁월한 교섭력을 무기로 오지까지 샅샅이 훑고 다니며
시장을 개척하던 영업방식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단순교역 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고도의 오거나이징 기능도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다.

플랜트와 같은 수억달러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필요한 설계와
설비 기자재, 금융 등 각 부문의 정보도 가상공간을 통해 조달된다.

최초의 정보입수자는 각 분야별 사내전문가를 인터넷으로 불러모은다.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

전문성이 유일한 기준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별도의 "사이버 컴퍼니"를 만들고 자신이 책임자가 된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본 단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분자처럼 이동하는 개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무역의 꽃으로 불리는 삼국간 거래에서도 인터넷은 위력을 발휘한다.

무역사이트에 접수된 오퍼를 온라인 경매를 통해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모든 기업의 생산과 판매활동이 이뤄진다.

입찰제안서는 전자문서로 발송되고 가격과 납기일 등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제조업체만 살아남는다.

역경매 방식의 인터넷 무역이다.

종합상사의 핵심역량은 수십년간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현지 시장정보를
무기로 세계 각국의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오거나이징 기능이다.

고객정보를 활용한 1대1 타깃 마케팅은 인터넷 무역에서도 일반화된다.

현재 인터넷 무역의 확산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각국간 상이한 무역
절차다.

수출입에서부터 관세,대금결제 등 네트워크의 연계성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신용장(LC)과 선하증권(BL) 등 각종 무역서류를 대신할 전자문서의 인증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고 시스템의 호환성도 확보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보안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간 전쟁도 치열하다.

이미 트레이드카드(TC)처럼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인 곳도 있다.

인터넷 무역 표준화시장을 차지하는 기업은 마치 컴퓨터의 운영시스템을
통일시키는 것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거래 한 건당 떨어지는 수수료만으로도 막대한 고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