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저녁 귀가하기 위해 상일동으로 가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세종문화회관에서 탔다.

몇정거장인가 갔나,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해서 돌아보니 자기말로
한쪽팔과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사람이 승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부녀자들에게는 다소 강압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
였다.

일부 승객들은 겁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칸으로 피하도 했다.

그 사람은 자기 생각한대로 되지 않자 돌연 차 바닥에 누워 뭐라고 고함을
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예 차에서 내려 버리는 듯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지난해 12월에도 두세번은 겪은
것 같다.

물건 파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따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당국은 역무원과 공익요원을 보다 많이 배치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며
지하철을 타는 일이 없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쾌적한 지하철''은 반드시 시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김영림 < 서울 강동구 명일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