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재경부장관이 4일 증권거래소 개장식에서 밝힌 자본시장 육성 방안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정책방향이다.

은행신탁과 증권신탁 그리고 투자자문회사와 뮤추얼펀드등 사실상 유사업무
를 영위하는 회사들을 통일된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여러번
지적해왔듯이 서둘러 해결해야할 과제다.

비상장, 비등록 주식을 거래하는 제3시장을 개설하고 "시간외 시장"을
개설하겠다는 방침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들 조치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소규모 벤처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을 또 한단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증권거래소 역시 이날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24시간 거래체계"
를 갖추고 지주회사의 상장을 허용하는등 제도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금융감독위원회도 기업들의 국내외 동시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등 주식
시장의 발전을 약속하는 다양한 계획들이 연초부터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주가 역시 이날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주식시장 발전계획들에 화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시 발전계획들을 접하면서 당국자들이 자본시장의 발전을
오로지 주식시장의 발전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일말의 우려도
동시에 갖게된다.

채권시장이나 금융시장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없이는 주식시장도 결코 안정될
수 없다고 본다면 당국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채권시장의 기반을 확충하는데
전력을 다해주어야 옳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시장이 지난 한해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으면서도 시중자금
흐름에 별다른 애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정부가 부채비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기업자금수요가 주식시장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지난 한해동안 40조원에 달하는 산업자금을 공급하면서 대기업
채무조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주식시장을 과소평가할수는 없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식을 통해 자금중개가 일어나는 소위
증권화(securitization)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중여유 자금이 주식시장에 과다하게 몰려있는 지금과 같은
편중된 자금흐름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다.

채권안정기금이 투입되어야 비로소 거래가 이루어지는 채권시장과 GDP규모에
맞먹는 4백50조원의 싯가총액에 이른 주식시장의 불균형이 방치되어서도
안되겠다.

국민들의 자산운용과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전적으로 주식을 매개로 이루어
지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언제든 손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은
채권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더욱 힘을 쏟을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