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패러다임은 환경친화적 발전이다. 적자생존의 시장논리가 퇴조
하고 생태계의 원리에 순응하는 환경친화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삶의 양식이 철저히 생태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다"(로버트
에이레스 프랑스 인시드대 교수)

환경파괴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생활수준을 높이려는 인간의 욕구가
맞물려 빚어낸 결과로 그동안 끊임없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왔다.

전세계의 의욕적인 공업화 노력이 지구온난화 해수면상승 대기오염 생태계
파괴 삼림훼손 등 환경문제를 한층 심화시켜온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9월 "지구환경조망 2000" 보고서에서 지구촌
의 환경파괴 실상이 "총체적 긴급상황"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환경오염에따라 연간 1만5천~5만여종의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으며 해마다
4억t 가량의 독성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1998년 자연재해로 전세계에서 1억2천여만명이 피해를 입었고 6만여명이
숨졌다.

또 이산화탄소(CO2) 등의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1세기에는 빙하기 이후 최대의 환경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는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가능성을
실험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스벤 샌드스트롬 세계은행 집행이사는 지적
한다.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영속적인 경제발전을 꾀한다는 "지속가능한 개발"
이라는 개념이 경제발전의 양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세계 경제와 사회의 진보를 위협하는 환경파괴적 개발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환경과학자인 에른스트 바이츠제커는 생태계의 순환원리처럼 지구
에서 획득된 질료들은 최대한 그 순환 안에서 보존되고 최종적으로는 무해한
방식으로 자연에 되돌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이병욱 박사는 "21세기에는 에너지 소모적인 기존산업
이 사라지고 인력이 동력을 대체하는 서비스 소프트산업 등 인력중심산업이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친화적인 산업과 녹색소비 등 이른바 "생태효율성"(Eco-Efficiency)에
따라 자원이 분배되고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환경친화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미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생활양식을 환경친화적
인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 환경위협의 직접적 원인인 인구증가의 통제와 기술개발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머레이 북친 미 사회생태주의연구소 명예소장과 같은 진보적인 환경보전론자
들은 생태계에서 인간이 갖는 특수성을 자각하고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거부할 것을 주장한다.

소득향상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개발지향성을 포기하고 강력한 경제.환경
정책을 통해 친생태적인 가치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강경론이다.

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교수등 환경경제학자들은 쓰레기 단위가격제,
오염배출권 제도, 탄소부담금 제도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시장기능에 환경개념을 도입해 점진적으로 환경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스타빈스 교수는 "인센티브 제도는 사회의 환경비용이 개별 기업이나 소비자
의 의사결정 요인으로 작용해 사회 전체적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환경 목적
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환경중시 가치체계의 정착은 국제협력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샌드라 포스텔 월드워치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상 모든 나라들이 지구 환경을 집단적으로 악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자원사용의 양적.질적 변화를 포함한 전세계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구환경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환경파괴적인
기존의 개발정책을 고수할 경우 지구촌 환경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는 "현존하는 자원집중적 산업과 기업의 근본적인
방향 수정 뿐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세계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녹색도전"이라는 기치 아래 얼마나 협력
하고 실천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열쇠다.

"녹색화 운동"의 메아리가 21세기 지구촌 곳곳에 울려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